만취경찰, 행인에 이유없는 주먹질…'상호피해'로 처리

  • 입력 2000년 6월 2일 19시 34분


‘경찰관인가 깡패인가.’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서 조그만 PC방을 운영하는 장모씨(37)는 지난달 24일 길에서 술 취한 경찰관에게 이유 없이 몰매를 맞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장씨는 이날 밤 12시가 조금 지난 무렵 자신의 가게 앞에서 친척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두 명의 건장한 남자가 비틀거리며 바로 옆 건물에 방뇨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노원경찰서 교통계 소속 이모, 김모경장.

장씨는 두 사람의 행동이 거슬렸지만 못 본 체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경장이 다가와 시비를 걸었다. 당황한 장씨는 옆에 서 있던 김경장에게 “이 사람 술에 많이 취했으니 데려가라”고 권했다.

하지만 김경장은 갑자기 욕설과 함께 주먹을 날렸다. 장씨가 비틀거리자 김경장은 장씨의 머리채를 잡아끌어 쓰러뜨린 뒤 마구 주먹질을 했다.

장씨는 주위에 있던 막대기를 들어 휘두르며 몇 차례 저항하다가 달아나기 시작했다. 두 경찰관은 장씨를 끝까지 쫓아와서 주먹질과 발길질을 해댔다.

장씨는 갈비뼈 4개가 부러졌으며 오른쪽 광대뼈가 부러져 얼굴이 함몰되고 왼쪽 눈 주위 뼈도 부러져 모두 전치 4주의 진단을 받았다.

본보 취재팀은 두 경찰관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조사를 담당했던 노원경찰서 관계자는 “두 경찰관은 ‘우리가 먼저 시비를 건 것은 인정하지만 본격적인 주먹다짐은 장씨가 먼저 막대기를 휘둘렀기 때문에 벌어졌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장씨의 상처가 전치 4주로 그다지 크지 않고 장씨도 막대기를 들고 저항했기 때문에 ‘상호피해’로 처리됐다”며 “현재 양측의 합의를 종용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완배·최호원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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