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조각가-공무원등 20명 20억 '검은 거래'

  • 입력 2000년 6월 1일 19시 41분


대형 건축물을 지을 때 설치해야 하는 미술품을 둘러싸고 20여억원의 리베이트를 주고받은 유명 조각가와 화랑대표, 건축주, 건축심의위원, 공무원 등 20여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수원지검 반부패특별수사부(부장검사 박노정·朴魯貞)는 1일 재개발 아파트 조합장과 건설회사 간부 등에게 3억여원을 건넨 뒤 수십억원대의 조형물 설치권을 따낸 혐의(배임증재)로 서울시 미술심의위원 이일호(李一浩·52·조각가·전 국전심사위원)씨를 구속 기소했다. 또 이씨로부터 1200만∼9000만원의 뇌물을 받고 불량 조형물 설치를 묵인한 혐의(배임수재)로 전 현대건설 공무소장 김기로(金基魯·45)씨와 안양석수 LG연합주택 재건축조합장 김계중(金桂中·43)씨 등 건축주 6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알선 브로커 역할을 하고 조각가 9명으로부터 5억여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한국조형화랑 대표 이상실(李常實·36·여)씨와 부천시 건축미술심의위원 이정렬(李貞烈·59)씨 등 3명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공무원 등 나머지 관련사범 12명을 불구속 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이들이 문화예술진흥법상 건축연면적 1만㎡ 이상인 건축물을 시공할 때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은 1000분의 1, 일반 건축물은 100분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의 미술품을 설치토록 한 의무를 악용해 이같은 부패비리를 저질러왔다고 밝혔다.

검찰조사 결과 이들은 조형물 설치금액의 25∼40%를 리베이트로 주고받아 부실 미술품을 양산해왔으며 건설업체들은 조각가와의 이면계약을 통해 리베이트 외에도 한 공사현장에서 수억원씩의 비자금을 조성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수원〓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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