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술판' 동아닷컴서 열띤 공방…1천2백여건 쇄도

  • 입력 2000년 5월 31일 18시 01분


'5.17 광주 술판' 문제를 지난 25일부터 토론에 붙인 동아닷컴은 31일까지 네티즌들의 열띤 공방을 지켜 보았다. 지난 6일 동안 쟁점토론장에 게재된 7백건의 글을 비롯 총 1천2백여건의 글이 게재되었고, 쟁점토론장의 글 조회수만 해도 9만5천여회에 달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과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케 한다.

대다수 네티즌들은 386의원들의 부적절한 행동에 개탄하며 자성을 촉구했다.

'삐짐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 네티즌은 "자기들은 다르다고 큰소리로 떠들더니 역시 똑같은 기성세대가 돼버렸다."며 꼬집었다. '정하'라는 네티즌은 "모두가 경건해 하는 마당에 그런 추태를 보인 것은 그들의 평상시 모습이 이중적이라고 밖에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광주항쟁 당시 가족이 광주에 있었다는 송정아씨는 "그 슬픔의 의미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5월 18일 전야제에 단란주점에 갈 수 있을까? 5.18민주항쟁 희생자들과 유가족, 국민들의 피눈물을 잔에 부어 마신 그대들 무슨 변명이 필요한가?"라며 개탄했다.

이번 사태의 당사자들을 대신해서 한 386세대는 사죄의 글을 보내오기도 했다.

"386세대 절대다수는 살아 남았다라는 부끄러움으로 단지 역사 속에서 내 몫의 호흡만을 치열하게 더하여 왔을 뿐이다. 다만 어제까지 보여준 제도권 정당과 언론에게만 있던 386의 젊음과 희망 그리고 개혁조차 한판 술자리로 끝장나고, 앞서서 나갔던 이름 없는 많은 님들의 고단한 역사가 묻혀가는 현실이 안타깝다. 386세대의 한 사람으로 386 지도급 인사들의 반역사적, 몰가치적 행태에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

'두더지'라는 이름을 사용한 네티즌은 "어차피 제구실 못하고 선거 때마다 수십억씩 써서 나라경제 망가뜨리는 국회의원 자리는 차라리 국가경제를 위해서 경매로 팔자. 노른자위는 수백억, 지방도 수십억씩 받고 팔면 그들이 망가뜨린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말짱한 사람도 순식간에 도둑놈으로 만드는 국회를 청소년 유해시설로 지정해 청소년을 보호하자."라며 국회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네티즌은 당사자들에 대한 비판만을 하지는 않았다. 양철희씨는 "한번의 실수로 (물론 큰 실수이지만) 너나없이 몰아부친다면 당사자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며 당사자들이 새로운 각오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한편, 한 네티즌은 "사람들이 흥분해서 처단하자 따위의 말들을 여기저기 게시판에 올리고 심지어 왜곡까지 하고 있다. 글들을 자세히 읽어보면 어떤 증오 같은 감정들이 문득 문득 비춰진다."라며 이성을 잃지 않고 자제하는 토론자세를 요청했다. 익명성을 담보로 욕설을 서슴지 않는 일부 네티즌의 그릇된 태도를 지적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다수의 네티즌은 이번 사태를 보도한 동아일보와 여타 언론사를 향해 흥미위주의 선정적인 보도, 성급한 부풀리기식 보도를 지양하라며 일침을 놓았다. 광주 전대생이라 밝힌 네티즌은 "각 신문에서는 전야제 술파티 문제를 상당히 흥미롭게 쓰고 있다. 그러나 5.18 당시 침묵으로 일관하던 신문사에 과연 그럴만한 자격이 있는가?"라고 일갈했다.

'지누'라는 네티즌은 "이 사건을 필요이상으로 확대시키려는 (건수를 만나서 흥분해있는) 자들이 역겹다. 임수경씨의 기자회견을 보면 자세한 상황묘사는 자신의 글에 없었다고 한다. 만일 언론이 임수경씨의 원문이 아닌 글을 확인없이 내보냈다면 그에 대한 상응한 입장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민주/동아닷컴기자 groce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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