延大 본관에 불…대학측 放火여부 수사의뢰검토

  • 입력 2000년 4월 27일 19시 18분


등록금 인상에 항의해 연세대생들이 10일째 점거 농성중인 이 학교 본관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발생해 사적지로 지정된 건물이 일부 훼손됐다.

27일 0시30분경 총학생회 및 단과대 학생회 간부들이 17일부터 점거중인 교내 본관 지하기계실 옆 폐품더미 및 지하 여자화장실과 2층 기획실장실 옆 남자화장실 변기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났으며 교무처의 철문에서도 불에 그을린 흔적이 발견됐다.

이 건물 경비직원들에 따르면 “근무중 화재경보기가 울려 급히 건물 안을 순찰하다 보니 지하 기계실 옆 폐품더미와 화장실 등 3곳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며 “지하 기계실에서는 폐품더미를 이용해 불을 낸 것 같고 화장실에서는 교재가 불에 탄 채 발견됐다”고 말했다.

불이 나자 학교측은 직원들을 급히 동원, 소화기로 불을 진화해 인명 및 재산피해는 없었다.

불이 난 건물은 연희전문학교 초대 교장인 언더우드박사의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1924년 지상 3층, 지하1층의 석조건물로 지어진 뒤 ‘언더우드관’으로 명명됐으며 1981년 문화재 사적 276호로 지정돼 문화재 당국의 관리를 받아왔다.

학교측은 당시 본관 내에는 농성중인 학생들만 남아 있었고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불이 난 것으로 미뤄 농성중인 학생들이나 농성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고의적인 방화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긴급대책회의를 소집, 자체조사에 나섰다.

대학본부측 관계자는 “학생회측에 방화여부를 추궁했으나 ‘농성에 반대하는 법대 학생이 불을 내고 사라졌다’고만 말할 뿐 정확한 화인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학교의 상징인 동시에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물을 훼손한 학생들의 행동을 간과할 수 없어 경찰에 수사의뢰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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