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20년만에 전면허용…헌재, 과외금지 위헌 결정

  • 입력 2000년 4월 27일 18시 58분


과외금지를 규정한 현행 법률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내려졌다.

이번 결정으로 ‘학원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의 문제 조항은 27일 오후 2시부터 효력을 잃게 됐으며 80년 7월30일이후 지금까지 금지되어온 과외교육이 이날부터 전면 허용되게 됐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한대현·韓大鉉재판관)는 27일 서울지법이 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3조 및 22조 1항 1호에 대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위헌여부를 가려달라고 낸 사건 등 2건의 위헌법률 및 헌법소원 심판사건에서 “해당 조항은 자녀교육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침해했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 법 조항은 중 고생 대상 학원과외, 교습소의 기술 예능과외, 검정고시 수험생 대상 과외, 대학 및 대학원 재학생의 과외를 제외한 모든 과외교육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이 효력을 잃게 됨에 따라 현직 교사나 교수들은 과외를 해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 등은 국 공립 및 사립학교의 현직 교사와 교수, 여타 공무원의 영리행위와 겸직 금지를 규정하고 있어 헌재 결정과는 상관없이 이들의 과외교육은 계속 금지되며 이에 위반할 경우 면직 등 징계처분을 받을 수 있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위헌결정은 원칙적으로 결정 이후부터 효력이 있지만 형벌에 관한 위헌결정만큼은 소급해서 적용된다”고 규정한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소급 효력이 있다. 따라서 이 법이 시행된 96년 1월 이후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재심을 신청해 무죄판결과 국가 보상을 받고 현재 재판중인 사람에게는 무죄가 선고된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학교교육 정상화와 사교육 차별 최소화, 비정상적 교육투자 방지 등을 위해 과외를 금지하는 법의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면서 “그러나 과외교습 등 사적교육에 있어서는 부모의 교육권 및 자녀의 인격발현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에서 국가가 제한할 경우에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칙적인 금지’와 ‘예외적인 허용’이라는 현행 법률의 제한방식은 고액과외 방지 등 입법목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과외교습까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금지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결정의 취지는 과외를 금지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의미는 아니며, 고액과외 등 사회적 폐단이 큰 과외교습을 합리적으로 규제하는 방향으로 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법 개정 방향에 대해 △고액과외 △입시준비생에 대한 입시관계자의 과외 △내신성적 등에 영향을 주는 학교교사가 해당 학생을 가르치는 과외 등 사회적 폐단이 큰 과외교습은 규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법은 98년 11월 PC통신에 과외방을 개설해 회원들을 상대로 문답식 과외교습을 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한 공판 과정에서 과외금지 법조항에 대해 위헌제청했고 서울대 음대 김모 교수 등 음대교수 5명도 같은 달 이 법 조항이 음악가 양성을 위한 도제교육을 가로막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신석호·부형권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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