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산불 왜 잦나]양양~간성 일대 바람 불길 키워

  • 입력 2000년 4월 12일 19시 23분


강원 영동지역에 산불이 잦은 이유는 무엇일까.

고성 삼척 강릉 등 영동지역에 일주일째 산불이 계속되면서 일단 불이 나면 대형 산불로 번지는 이유와 진화과정의 문제점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산림 관계자들은 우선 영동지역은 지형과 기후의 특성상 산불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영동지방의 산지는 화강암으로 이뤄져 있어 토심(土深)이 얕은데다 경사가 급해 비가 내리면 바로 바다로 흘러들어 물기를 저장하지 못한다는 것. 이 때문에 건조한 봄철이면 산 전체가 거대한 ‘화약고’로 변해 조그만 불씨만 있어도 대형 산불로 번진다는 진단이다.

또 봄철에 이 지방에는 태백산맥을 넘어 동해안 쪽으로 부는 ‘양간지풍(襄杆之風·양양과 간성 일대에 부는 바람)’이라는 이름의 강풍이 몰아쳐 일단 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게 만든다.

산림청 구길본(具吉本)산불방지과장은 “바람이 초속 10m 이하일 때는 100m 타들어가는 데 10분 정도 걸리지만 이번 강원 산불과 같이 풍속이 초속 20∼30m일 때는 불길의 속도가 시속 60㎞로 자동차가 달리듯 무서운 속도로 산림을 집어삼키게 된다”고 말했다.

헬기 등 산불 진압장비가 부족한 것은 물론 불붙기 쉬운 소나무 위주의 산림정책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 산림의 경우 진화용 차량이 지나다닐 수 있는 임간도로가 거의 없어 산불 진화는 헬기에만 의존하고 있는 실정. 그러나 산림청이 갖고 있는 헬기는 모두 32대뿐이며 헬기 1대는 한번에 물 5t을 싣고 가 30m 정도 뿌린 뒤 다시 물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올 봄과 같이 전국에서 동시에 10여건의 산불이 발생할 경우 사실상 헬기 진화가 어렵다. 그나마 헬기는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17m가 넘는 강풍이 불거나 앞이 보이지 않는 밤에는 무용지물이 된다.

임업연구원 이시영(李時泳·41)박사는 “우리나라 수종의 43% 정도가 불이 잘 붙는 소나무여서 불길을 잡기가 더욱 어려운 형편”이라며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나무껍질이 두껍고 수분이 많은 참나무류로 방화수림대를 만들어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진영.강릉=경인수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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