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1주일 은폐의혹…정부, 3월25일 첫확인-4월2일 발표

  • 입력 2000년 4월 9일 20시 21분


농림부가 구제역 관련 발표를 고의적으로 지연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농림부는 지난달 24일 경기 파주에서 구제역 증상이 처음 신고된 뒤 1주일이 지난 4월2일에야 바이러스 분리가 끝나 구제역임이 확인됐다고 발표했지만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4일 구제역 발생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전문가들로 구성한 ‘역학조사위원회’ 회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이미 구제역임을 확인하는 항체 항원검사 엘라이자검사 등 3가지 검사가 끝났으며 30일에는 바이러스 분리까지 완료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검역원에 따르면 항체 항원검사 등 3가지 검사에서 양성반응이 나왔을 경우 구제역이 아니라고 판명된 것은 지금까지 한 건도 없다. 따라서 관계당국은 사실상 25일경 구제역을 확인하고도 1주일 이상 발표를 미뤄 구제역 전파를 방조했다는 얘기가 된다.

역학조사위원회에 제출된 자료대로라면 농림부는 이미 구제역임이 확인됐는데도 발표를 미루다가 4월1일 충남 홍성에서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하자 서둘러 발표한 것이 된다.

구제역은 전파속도가 대단히 빠르기 때문에 경기 파주에서 최초로 발생한 구제역을 농림부가 즉각 공식인정하고 전국적으로 계몽을 했더라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충남 홍성과 경기 화성에서의 신고도 빨라져 신속하게 초동방역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게 축산농가와 전문가들의 말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소 집산지인 충남 홍성에서 지난달 20일경 구제역증상이 처음 나타났으나 당국의 초동방역은 4월1일에 이루어져 그 사이에 다른 지역으로 어미소가 반출되는 등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김옥경(金玉經)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은 “담당과에서 착오를 일으켜 2일 날짜에 넣어야 할 바이러스 분리 결과를 30일로 잘못 작성했다”며 “바이러스가 분리된 날은 2일이 맞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역학조사를 위한 중요한 자료를 당국이 실수로 잘못 작성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일이 선거를 앞둔 의도적 행위였는지에 대해 정부가 스스로 분명한 책임을 가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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