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 신차 할부사기 수십억 빼돌려…브로커 등 7명 기소

  • 입력 2000년 3월 27일 20시 12분


지난해 LPG 승용차붐을 일으킨 인기 차종 기아 카니발 새 차가 중고차시장에 매물로 대거 나온 것은 당시 법정관리 중이던 이 회사 직원들이 전문 브로커와 결탁해 수십억원을 빼돌린 할부사기행각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6부(부장검사 채정석·蔡晶錫)는 27일 서로 짜고 기아자동차의 카니발 등 214대의 승용차를 빼돌려 중고시장에 넘기고 차익을 챙긴 혐의로 전 기아자동차 관악지점장 김태운씨(40)와 부동산 전문보증 브로커 장면수씨(53), 우신감정평가소 소장 장유목씨(49) 등 7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해 8월 실제가격이 2억6600만원에 불과한 부동산의 감정가를 15억8000여만원으로 부풀린 뒤 이를 담보로 김모씨(34)가 대표이사로 된 유령회사 명의로 카니발 53대를 할부로 구입, 이를 중고시장에 팔고 김씨를 잠적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카니발 212대 등 214대의 승용차(시가 39억여원)를 가로챈 혐의다.

함께 구속된 관악지점 업무과장 김석범씨(36)는 지난해 7월말 유령회사인 A어패럴측과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지점장 김씨로부터 1500만원을 받고 부실담보 사실을 눈감아준 혐의다.

조사 결과 이들은 부동산 브로커 장씨 등이 법원경매에서 헐값으로 사들인 부동산에 장유목씨가 몇배로 부풀린 감정가를 붙여 담보물로 제공하고 회사의 영업실적 등을 조작, 할부금 지급능력을 갖춘 것처럼 속여 차량을 출고한 뒤 중고차매매상 홍성선씨(47) 등을 통해 출고가격보다 60만∼500만원 싸게 팔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기아자동차가 법정관리에 들어가 일선판매지점에 대한 감사가 소홀해지고 판매 불이익이 나더라도 회사신용도 저하를 우려해 결손처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이용해 수십억원을 착복한 것으로 모럴 해저드의 극치”라고 말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