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세계 첫 개발 벽걸이TV, 항공운송 중 사라져

  • 입력 2000년 3월 23일 00시 09분


LG전자가 세계최초로 개발한 60인치 PDP TV(일명 ‘벽걸이TV’)가 전시를 위해 운반 도중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인도 뉴델리 구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기이한 사건이 발생했다.

60인치 PDP TV는 LG전자에 이어 일본 마쓰시타가 올해 2월에야 겨우 개발에 성공했을 정도의 최첨단 제품으로 경쟁사가 이를 분해할 경우 기술 공개를 꺼려 의도적으로 특허등록하지 않은 특수기술이 대거 해외에 유출될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LG전자에 따르면 이 제품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첨단 전자제품 전시회 ‘세빗2000’에 선보인 뒤 인도 뉴델리에서의 전시행사를 위해 8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떠나 뉴델리의 델리공항으로 보내졌다. 그러나 9일 화물기가 델리공항에 도착했을 때 PDP TV는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사건 발생 10여일이 지났으나 아직 아무런 단서도 포착되지 않은 상태.

▽어디에서 사라졌나〓LG전자는 세빗쇼에 출품하는 전시제품 운반을 위해 미국계 다국적 물류회사인 G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G사는 다시 항공운반을 위해 독일계 항공화물회사인 L사와 계약을 했는데 PDP TV가 사라진 지점은 L사에 관리책임이 있는 공항 보세구역이 확실시된다. 60인치 PDP TV는 높이 1.8m, 폭 2m, 두께 1.2m에 전시용 보조장치를 합한 총중량이 375㎏에 달해 공중에서 빼돌렸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프랑크푸르트나 델리공항 내의 L사 보세창고에서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LG측은 보고 있다. 이 경우 보세창고는 물건의 반입 및 반출이 엄격하게 통제되기 때문에 내부의 협조 없이는 외부 반출이 불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L사는 20일 G사 앞으로 편지를 보내 “조사 결과 다른 지점에 내려졌거나 다른 화물창고에 보관돼 있다는 아무런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면서 “오래도록 단서가 발견되지 않는 점으로 미루어 화물을 우연히 찾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절도 범죄행위로 생각된다”는 의견을 밝혔다.

▽기술유출이 우려된다〓사라진 60인치 PDP TV는 98년10월 세계최초 개발 이후 LG전자가 제작한 5대의 제품 가운데 최상급 2대 중 하나. 부품 국산화율이 92%에 달해 원가경쟁력도 높기 때문에 향후 수익극대화가 예상되며 올해초 정부가 발표한 99년 10대 신기술에 선정된 한국을 대표하는 제품이다. 주요 국제 전시회때마다 출품되며 LG측은 기술 보안을 위해 분해하기 어려운 철제로 대형 화면을 감쌌다.

또 기술에 대한 특허등록 시 기술 노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일부 핵심 공정기술은 특허등록 없이 내부에서만 특별 관리해온 극비 제품이다. LG측은 “각국 경쟁사들도 기술수준이 어느 정도까지는 올라와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PDP TV를 분해할 경우 손쉽게 기술장벽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찰수사 및 법적 대응〓LG측은 사건이 절도 쪽으로 기울어지자 조만간 독일 및 인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 차라리 운반 도중 부서졌으면 배상만으로 해결될 수 있으나 제품이 경쟁사에 넘어갔을 가능성이 있어 체계적인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G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분실책임은 명백히 독일 L사측에 있다”면서 “최선을 다해 찾고 있으나 사건이 어떻게 진전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 TV’의 약자. 벽에 걸 수 있을 정도로 두께가 얇아 벽걸이TV로 잘 알려져 있다. 향후 디스플레이 시장은 30인치 이하에서는 초박막트랜지스터액정표시장치(TFT-LCD)가, 30인치 이상 대형에서는 PDP가 주도해갈 것으로 예측된다. 간접투사 방식의 디지털 프로젝션 TV와 달리 화면을 직접 구현하기 때문에 화질이 뛰어나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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