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수사' 총선 쟁점화… 野 "金대통령 음모" 주장

  • 입력 2000년 3월 17일 19시 09분


병역비리 합동수사반이 비리연루자 총선 전 소환방침을 밝힌 데 대해 민주당은 “정치적 고려 없는 공정한 수사 방침”이라며 이를 환영했으나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나섬으로써 이른바 ‘병풍(兵風)’을 둘러싼 공방이 16대 총선의 또 다른 쟁점으로 부상했다.

민주당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17일 “합동수사반이 구성된 것은 2월18일이었고 당시 검찰총장은 정치적 고려나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언명했다”면서 비리 연루자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거듭 촉구했다.

정대변인은 “선거 때니까 수사하지 말라는 주장은 정치인을 비롯한 각계 지도층 인사들을 특권층으로 인정하라는 것이냐”며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북한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른다’는 식으로 안보위기를 부추겼는데 이총재의 안보 인식이 그렇게 급박하다면 병역비리 수사에 대한 강력한 지지 입장을 천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서청원(徐淸源)선대본부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선거일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정치인에 대한 병역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것은 검찰권을 이용해 야당을 탄압하는 것”이라며 “이 음모의 주역은 김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서본부장은 “이런 부정, 관권 선거는 김대통령의 묵인과 방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97년 대선 때 ‘DJ 비자금’ 수사를 정치적인 고려로 연기했듯이 출마 예정자와 그 가족에 대한 소환수사를 총선 이후로 연기하라”고 촉구했다.

한나라당은 이날 선거대책위를 열고 “이회창총재의 두 아들 병역문제는 공소시효가 지났음에도 총선 이후 사실관계를 조사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야당총재 흠집내기”라며 “그럴 경우 우리 당도 김대통령의 6·25 당시 병역기피 의혹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민련 이한동(李漢東)총재도 이날 경기 군포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 “당국이 총선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어 병역비리 수사를 선거 이후로 연기한다고 하더니 느닷없이 수사에 착수한 것은 저의가 불순하다”며 “의혹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도 총선 이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국당 김철(金哲)대변인은 “선거를 한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정치권에 대한 병역비리 수사를 강행하는 것은 야당파괴 음모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제균기자> ph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