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피랍 선원7명 귀국…건강한 모습 가족과 기쁨의 눈물

  • 입력 2000년 3월 13일 19시 25분


지난달 23일 말라카해협에서 해적들에게 납치됐다 구조된 파나마 선적 화물선 글로벌마스호(3730t)의 한국인 선원 7명이 13일 오전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태국 방콕발 대한항공 편으로 귀국한 이홍석선장(48) 등 선원 7명은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이들은 공항에서 마중나온 가족을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들은 이날 부산해경에서 간단한 조사를 받고 일단 귀가했으며 14일부터 피랍경위에 대해 본격적인 조사를 받게 된다.

글로벌마스호는 2월 22일 야자유 5950t을 싣고 말레이시아 켈랑항을 출항해 인도 할디항으로 가던중 이튿날 오후 11시반경 태국 푸케트 서남방 70마일 공해상에서 해적들의 습격을 받았으며 선원 17명은 3월 7일 오후 10시경 소형선박에 태워진 채 풀려나 표류하다 10일 푸케트 부근 섬에 도착했다.

○…이날 선원들이 김해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가족과 소속 회사인 동진상운 관계자들은 목에 화환을 걸어주면서 무사 귀환을 축하했다. 이홍석선장의 부인 윤현자씨(43)는 “기쁨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비록 무서운 해적들에게 끌려갔지만 꼭 살아 돌아올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1등 항해사 강영남씨(43)는 출국장을 나오자마자 부인 권은숙씨(43)와 군에서 휴가나온 아들 경왕씨(22·일병)을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강일병은 “아버지가 피랍된 뒤 부대 동료들이 함께 걱정을 해주었다”며 “귀국 소식이 알려지자 부대에서 휴가까지 줘 공항에 나왔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선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담담한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특히 이선장은 피랍 당시 상황과 붙잡혀 있던 14일간의 생활을 차분하게 설명한 뒤 “무엇보다 걱정해주신 국민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선장 이홍석씨 일문일답▼

“해적들에게 붙잡혀 있는 동안 한시도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해적단에 납치됐다 극적으로 생환, 13일 귀국한 글로벌마스호 선장 이홍석씨(48·사진)는 “처음 납치됐을 때는 죽는 줄만 알았다”며 “이렇게 돌아오니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피랍당시 상황은….

“복면을 한 해적 18명이 소형선박을 타고 접근한 뒤 배에 침입했다. 4명은 선장실로 들어와 잠자고 있던 나를 자동소총으로 위협했으며 나머지 14명은 선원들을 갑판으로 끌고 나갔다.이어 선원들을 자신들이 타고온 20t짜리 소형어선으로 옮겨 태운 뒤 잡은 고기를 보관하는 어창에 가뒀다.”

―억류된 14일간 어떻게 지냈나.

“섭씨 30도가 넘는 어창에 계속 갇혀있었다. 폭행은 없었지만 유탄발사기가 장착된 M16소총과 권총 등으로 무장한 10여명이 항상 감시하고 있었다.”

―풀려난 과정은….

“7일 오후 10시경 갑자기 1t짜리 소형선박을 어디에선가 갖고와 음식과 함께 우리를 옮겨 태운 뒤 범인들은 글로벌마스호를 타고 북쪽으로 떠났다. 갑자기 닥친 일인데다 범인들이 마음이 바뀔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속력으로 도망쳤다.”

―왜 해적들이 풀어주었다고 생각하나.

“화물선을 완전히 빼앗아 자신들의 목적을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또 우리가 해적들이 어느 나라 사람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굳이 우리를 죽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부산〓조용휘·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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