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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3월 3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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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조선족의 한국인 납치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이 중국에서 귀국한 환전상 장낙일(張樂逸·32)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2일 신청하면서 적용한 범죄사실은 외환관리법위반과 인질강도혐의 등 두 가지.
▼경찰 입증안된 혐의 추가▼
경찰은 귀순자 조명철(趙明哲)씨의 납치사건과 관련된 범죄혐의를 잡기 위해 장씨를 수사했으나 혐의점을 발견치 못해 외환관리법위반 혐의만 적용할 것을 검토했으나 검찰과의 영장협의 과정에서 느닷없이 장씨가 조씨 납치사건의 공범이란 범죄사실을 추가했다.
경찰은 장씨의 구속영장에 “피의자는 중국 베이징 공안당국이 검거해 수사중에 있는 중국 조선족 고용재(37), 최향란씨(24·여) 등과 공모하여 한국인을 납치 유인해 그 가족으로부터 금품을 빼앗을 것을 마음먹고 2000년 2월1일 오후 11시경 중국 베이징 소재 켐핀스키호텔 부근 주점에서 술을 마시던 조씨 등을 납치해 결박한 다음 협박해 자신이 관리하는 계좌로 2억5000만원을 송금받아 이를 강취하고…”라고 기재했다.
구속영장의 범죄사실로만 보면 장씨는 명백한 납치공범인 셈.
그러나 경찰은 납치범은 물론 납치 관련 참고인들로부터 장씨의 인질강도 혐의를 뒷받침할 만한 진술이나 물증 등 단서를 전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장씨 역시 납치부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검찰지시 받고 영장올려"▼
경찰측은 불명확한 ‘인질강도’혐의 추가로 인한 파문이 커지자 3일 오전 공식 브리핑을 통해 “현재 장씨가 납치사건에 연루됐다고 볼 만한 단서는 확보된 게 전혀 없으나 납치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병확보 차원에서 수사팀의 추측사항을 범죄사실에 기재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경찰청의 실무 관계자는 “당초 경찰은 장씨의 영장을 신청하면서 115차례에 걸쳐 9억7281만여원을 불법으로 환치기한 사실만 구속영장에 기재했었다”며 “그러나 검찰에서 ‘단순한 환치기만으로는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인질강도 혐의를 추가하라고 지시해 포함시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법정 최고형이 징역 3년에 불과한 외환거래법 위반혐의만으로는 구속수사가 안될 수도 있으니 법정형이 징역 3년 이상으로 돼 있는 인질강도혐의를 넣어서라도 구속영장이 떨어질 수 있도록 하라고 검찰이 권고해 그대로 따랐다는 것이다.
▼법원 외환법만 적용해 구속▼
그러나 3일 오전 장씨의 구속영장을 실질 심사한 서울지법 한주한(韓周翰) 영장전담 판사는 장씨는 물론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동일(姜東日)씨에 대해서도 “두 사람 계좌로 돈이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는 인질강도 혐의를 소명하기 어려우며 현재 수사 상태로 보아 인질강도 혐의는 없어 보인다”며 인질강도 부분에 대한 혐의 사실을 인정치 않았다.
장씨와 강씨는 결국 이날 외환관리법위반 혐의만 적용되어 구속됐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