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사건 규모-수법-조직]조직적 개입 가능성

  • 입력 2000년 2월 28일 19시 52분


조선족의 한국인 납치사건이 잇따라 밝혀지면서 납치의 규모와 수법 및 납치범조직 그리고 납치사건에 연루된 환전상 장낙일씨(32)의 정체와 역할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현재 중국 베이징(北京) 한국대사관 등에 신고된 한국인 납치사건은 모두 11건. 98년의 재미사업가 홍영태(洪榮泰·48)씨 사건을 필두로 지난해에는 김영욱(金榮旭·41)씨 사건 등 7건이 신고됐다. 올 들어서는 벌써 귀순자 조명철(趙明哲·41)씨와 유학생 송모씨, 그리고 24일 납치됐던 무역회사 직원 서모씨(30)까지 3건이 잇달아 발생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드러난 수치일 뿐 보복 등을 우려해 신고되지 않은 사건까지 합치면 한국인 납치사건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납치사건의 윤곽이 드러나자 28일에는 중국 관광을 다녀온 김모씨(40·전북 군산시)가 27일 오후 3명의 중국인에게 납치당해 2000달러를 빼앗겼다고 경찰에 신고해 오는 등 5000달러 미만의 소규모 피해자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경찰은 이렇게 피해액이 크지 않아 신고를 포기한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잇따른 납치사건에도 중국에서의 한국인상대 납치조직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 경찰은 납치조직의 형태가 △하나의 대형 단일조직 △대형조직에 속한 여러 개의 ‘하부조직’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여러 개의 조직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은 이들의 납치수법이 아주 비슷한데 주목하고 있다. 납치된 한국인 대부분이 중국 현지에서 안면이 있는 조선족과 만나던 중에 봉변을 당했다.

송, 서, 조씨 사건에는 모두 조선족 여자가 관련돼 있다. 이중 중국 공안당국에 붙잡힌 단란주점 여종업원 최향란씨(22)는 조, 서씨사건 모두에 등장한다. 이 때문에 경찰은 중국 납치조직이 유흥가에서 비교적 씀씀이가 큰 한국인을 전문적으로 노린 ‘중국판 꽃뱀족’이 주축을 이루고 있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

환전상 장씨의 역할에 대해서는 경찰도 종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일단 경찰은 장씨가 단순히 돈만 전달한 브로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으나 확실한 근거는 없다. 중국에서는 범죄조직과 연계된 ‘실력있는 환전상’이 공개적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경우가 거의 없고 장씨 스스로 여러 경로를 통해 “나는 단순한 환치기상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외에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

하지만 경찰은 장씨가 최근 밝혀진 6건의 납치사건 중 4건의 계좌를 관리할 정도로 납치범들과 꾸준히 거래해 온 정황을 중시하고 장씨가 납치범들과 사전에 짜고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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