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30대 천사 '아름다운 재산 환원'…충북도에 5억 쾌척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좋은 일에 쓰도록 돈을 좀 기탁하고 싶습니다. 5억원 정도입니다. 다만 제 신분은 절대로 밝히지 않는 조건입니다.”

16일 오후 3시경 충북도청 도지사 비서실. 김동응(金東應)비서실장은 30대로 추정되는 한 남자로부터 이같은 전화를 받고 잠시 어리둥절했다. 김실장은 일단 고마움을 표시하고 방문해 줄 것을 요청한 뒤 혹시 나중에라도 필요할지 몰라 급히 사진기사를 불렀다.

20분 뒤 전화의 주인공이 친구 한명과 함께 나타났다. 키 165㎝ 정도에 잠바차림. 그는 많은 도청간부들이 비서실에 둘러서 있는 것을 보고는 수줍은 듯 서둘러 서류가방에서 1억원짜리 수표 5장을 꺼내 김실장에게 전달했다. 그리곤 곧바로 되돌아가려다 직원들의 간곡한 권유에 못이겨 10분간 이원종(李元鐘)지사와 만났다.

“서른 두살입니다. 청주시에 살고 있고 오창(충북 청원군 오창면)이 고향입니다. 결혼해 아내와 아들이 한명있고요. 어려서부터 어렵게 자라 남을 돕고 싶었는데 운좋게 최근 인터넷 관련 사업으로 약간의 돈을 벌어 이렇게 오게 됐습니다.”

그는 이지사의 거듭된 질문에 마지못해 몇마디 대답을 한 뒤 사진촬영 요청은 끝내 뿌리치고 사라졌다.

이지사는 “이름을 알려주면 장학회 명칭으로 쓰겠다고 제안했으나 극구 사양하더라”며 “이같이 ‘아름다운 젊은이’가 있다는데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충북도는 농협 충북지역본부와 공동으로 기금을 출연해 충북출신 중고생과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는 ‘청풍장학회’에 이 돈을 기탁하기로 했다.

<청주=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