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신의원, 해학-풍자섞어 원고지 100장분량 최후진술

  • 입력 2000년 1월 21일 20시 12분


‘환란혼란(患亂混亂) 뉘 탓인가/ 네탓내탓 아니로다/ 거짓만연이 원흉이니/ 허튼 말질 그만두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난하는 ‘공업용 미싱 발언’ 등 독설(毒舌)을 퍼붓다 기소된 김홍신(金洪信·한나라당)의원이 21일 피고인 최후진술을 하면서 풍자와 독설이 담긴 판소리 한마당을 벌였다. 재판부는 이날 김의원이 약간의 리듬을 넣으며 읽는 것을 허용했다.

김의원은 200자 원고지 100장 분량의 최후진술서에서 “이 재판은 정치적 비판과 독설을 정치의 장에서 해결하지 못한 정치적 무능의 증거”라고 말하고 ‘세상타령’이라는 판소리로 우리 정치와 사회 현실을 풍자했다.

‘국태민안해야 하거늘/ 바른 언질 옳은 소리/ 진언충정 가로막고/ 어찌 나라 방패 하였더냐/ (중략) / 해학풍자 가래로 막고 트인 입 찢어서 막고/ 바른 말은 갓난애 손목 비틀 듯하고.’ 우리 사회에 언로(言路)가 막혀있음을 신랄하게 풍자한 것.

김의원은 또 각계각층의 고통을 지옥(地獄)에 비유했다. ‘중소기업 부도지옥/ 노동자들 해고지옥/ 공직자는 사정지옥/ 출근길에 교통지옥/ 금수강산 오염지옥/ 월급쟁이 세금지옥/ 주부들은 물가지옥/ 정치판은 부패지옥/ 지도자는 거짓지옥.’

그러나 판소리의 결론은 ‘우리에게 희망과 미래가 있다’는 좀 엉뚱한 것이었다.

‘우리 백성 진솔하고 넉넉하니/ 거짓 털고 부정 벗고/ 걸쭉하고 용심(用心)깊어/ 솜씨나게 휘저으면/ 한끗나게 신명 세워/ 통일광채 조선팔도/ 뉘라서 못 만들랴.’

김의원은 최후진술을 통해 “농담 한마디 가지고 도둑이 개 꾸짖듯해서 어찌 민주주의가 가능할 것인가”라며 “정직에 관한 화두를 던진 것으로 기억해달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정병욱·鄭炳旭)는 이날 재판에서 김의원에게 선거법상상대후보 비방 및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징역 1년6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해 7월 김의원에게 모욕죄를 적용, 징역 1년을 구형했기 때문에 김의원에 대한 구형량은 총 2년6월이 됐다. 선고공판은 다음달 10일 오전 10시.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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