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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2월 19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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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업계 무신경 심각 ▼
▽‘발등의 불’ 국내업계〓디지털TV의 등장으로 인한 아날로그TV의 폐기문제는 가장 시급한 현안. 현재 국내에서 사용중인 TV는 총 1800만여대로 2002년 국내 디지털 방송과 함께 차차 폐기되어야 할 운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기술 수준으로는 1년에 70만∼80만대의 TV를 폐기처리하는 게 고작. TV를 모두 폐기하려면 20년이상 걸리는 셈이다.
냉장고와 세탁기 등 다른 가전제품도 국내 가전3사를 모두 합쳐 1년에 30만대 정도만 폐기할 수 있는 게 고작이다. 기업들이 제품 생산성을 높이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재활용이나 폐기에는 무신경하다는 뜻이다. 제품 사용 주기가 더욱 짧은 컴퓨터와 휴대전화의 경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최근 선진국에선 자동차의 부품회수율을 90% 이상으로 강화하는 추세. 국내 자동차 업계가 보조를 맞추지 못할 경우 해외 수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내 업계의 회수율이 80%선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업체인 A사는 해외 현지공장을 설립하면서 폐기물 처리기준 문제를 쉽게 생각했다가 지역 여론의 거센 반발로 상당기간 가동을 못해 손실을 입은 적이 있다. 가전업체인 B사의 경우 가전제품에 붙이는 ‘환경 인증’을 임의로 붙여 독일에 수출했다가 전량 반품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환경 문제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들이다.
▼ 신용 평가에도 적용 ▼
▽기업평가도 ‘그린’으로〓전세계적으로 기업 가치 평가와 위험관리, 신용등급 등을 평가하는 기준에 ‘환경친화성’ 부문을 포함시키는 추세. 업계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최근 개별 기업의 투자리스크를 평가하는 항목에 환경리스크 조항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경우 500대 기업은 재무 리포트와 함께 환경 리포트를 공개하는 게 일반적. 그러나 국내기업 가운데 환경 리포트를 내놓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삼성중공업 건설기계 부문이 볼보에 매각될 당시 환경 리포트를 첨부해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학기술원 안병훈(安柄勳·테크노경영대학원)교수는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폐기와 재활용에 대비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21세기 기업들에 ‘그린 경영’은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