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준차장 문답]"7월 李부총재사무실서 몰래 복사"

  • 입력 1999년 10월 29일 02시 51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게 ‘언론대책문건’을 전달한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차장은 28일 밤 정의원이 사실을 밝힌 직후 국민회의 기자실로 전화를 걸어와 그동안의 경위를 밝혔다. 다음은 이차장과의 일문일답.

―지금 어디 있나.

“외부에 있다.”

―언제 문건을 입수했나.

“정확한 날짜를 기억할 수 없지만 7월쯤이다. 이종찬국민회의부총재 사무실에 취재차 가 신원철비서관 책상에 앉아 있다가 서류를 들춰봤다. ‘개혁의 성공’이라는 제목의 팩스 문건이 있어 내용을 보니 동아 조선 중앙일보 얘기가 나오고 상당히 충격적이어서 기사화하려고 이를 그 사무실에서 몰래 복사했다.”

―복사한 문건은 몇장이었나.

“7장이었다. 편지는 없었다.”

―문건은 어떻게 돼 있었나.

“문건 상단에 팩스 받은 날짜가 6월 며칠로 돼 있었는데 이를 안보이게 하고 복사했다. 제보받은 것으로 하고 기사화하려 했다.”

―이후 어떻게 했나.

“당시 이종찬씨가 국가정보원장에서 물러난 직후여서 국정원 문건으로 생각했다. 회사로 와서 이수언국장과 상의했는데 이국장이 국정원 문건이 확실한지 물었다. 나는 제보자를 밝히지 않았다. 국장이 신빙성이 없다며 보도를 거부해 후배들에게 보여주기도 했고 청와대나 국정원이 작성한 문건으로 보인다며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후 확인취재를 위해 이부총재 사무실도 가고 다른 방법으로 확인을 하려 했지만 제대로 안됐다. 이에 따라 며칠 후 보도를 포기하고 있다 8월인지 9월경에 정형근의원 방에 놀러 가 중앙일보 얘기 등을 하다가 중앙사태는 언론탄압 성격이 강하다면서 충격적인 문건을 입수했으나 보도를 못했다고 얘기했다. 이에 대해 정의원이 관심을 보이면서 문건을 보자고 했고 이후 복사를 하자고 해서 하라고 했다. 나는 다만 정의원에게 문건을 문제삼거나 노출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했으며 문건의 출처도 얘기 안했다.”

―문건의 출처에 대해 시사하는 얘기도 안했나.

“내용상 국정원이나 청와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을 했다. 문건의 내용대로 중앙일보 사태 등이 고도의 계획된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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