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件제보자 평화방송 이도준차장"…정형근의원 공개

  • 입력 1999년 10월 29일 02시 22분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게 ‘언론대책문건’을 전달한 제보자는 현직 언론인인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사회부팀장)차장인 것으로 28일 밝혀졌다.

정의원은 이날 밤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오후2시경 전직 한나라당 출입기자인 평화방송 이도준차장이 한나라당 여의도 중앙당사로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찾아와 자신이 문건의 제보자라고 스스로 밝혔다”고 말했다.

정의원은 “이차장이 이 자리에서 ‘나와 인척관계인 이종찬전국가정보원장의 여의도 사무실을 내집처럼 드나들면서 이 문건을 입수한 뒤 정의원에게 주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의원은 “이차장이 이 문건이 이강래(李康來)전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 의해 작성됐는지는 모르는 일이며 정의원에 대해서도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의원은 “이차장이 이총재에게 ‘다만 정의원이 이전수석이 이전국정원장과 가까운 관계인 만큼 이전수석이 이 문건에 관계한 것 아니냐고 묻기에 나는 그럴 수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의원은 “이차장이 여권측에서 도청 등을 통해 내가 제보자라는 것을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사건이 더이상 확대되지 않고 여야간 대화를 통해 마무리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의원은 문건 입수 경위와 관련, “지난달 초 평소 가까이 지내던 이차장이 의원회관 사무실로 찾아와 문건을 건네줬다”면서 “나중에 이전국정원장으로부터 이 문건이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또 정의원은 “이전국정원장이 이차장에게 이 문건을 건네주며 ‘이강래 전안기부기조실장이 이 문건을 작성해 가져왔는데 어법 표현 등을 보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고쳐달라’고 해 이차장이 고쳐줬다”며 “이차장은 ‘언론인으로서 현정부의 언론에 대한 시각이 너무 역겨워 (정의원이)한번 보시라고 해서 가져왔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차장은 이날 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정형근의원에게 문건을 넘겨준 것은 사실이나 문건의 출처도 얘기하지 않았다”며 정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차장은 “내용상 국정원이나 청와대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을 했을 뿐”이라면서 “정의원이 이를 폭로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