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청문회]드러난 고관부인 행태

  • 입력 1999년 8월 24일 00시 56분


강인덕(康仁德)전통일부장관의 부인 배정숙(裵貞淑)씨가 23일 국회법사위에서 증언한 내용을 보면 우리 사회 고관 부인들의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배씨와 연정희(延貞姬·김태정 당시 검찰총장 부인) 이은혜(李恩惠·김정길 당시 행정자치부장관 부인) 김아미씨(천용택 당시 국방부장관 부인)는 다른 고관들의 결혼식장 등에서 만나 호화의상실에 쇼핑을 다녔다.

배씨는 지난해 12월26일 청와대 만찬에 입고 가기 위해 라스포사 의상실에서 자신은 30만원짜리 까만 원피스를, 이씨는 투피스를, 연씨는 30만원짜리 재킷과 10만원짜리 스카프를 함께 구입했다고 증언했다.

또 ‘앙드레 김’ 의상실에서 배씨는 연씨에게 30만원짜리 블라우스를 사줬다. 연씨가 자신에게 전복 송이버섯 갓김치 등을 보내온 데 대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답했다는 것.

일부 장관부인들은 또 지난해 12월19일 강창희(姜昌熙)당시 과학기술부장관 자녀 결혼식에 참석한 뒤 ‘나훈아 쇼’도 같이 구경갔다고 배씨는 증언했다. 배씨는 “누가 티켓을 구해줘 그날 함께 간 것”이라고 밝혀 최소한 자비로 쇼를 관람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고관 부인들의 행태에 대해 의원들의 질책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은 “강남에는 장관부인들에 대한 소문이 무성해 목사들이 청와대에 진정까지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국민회의 한영애(韓英愛), 자민련 송업교(宋業敎)의원 등도 “국민은 IMF로 고통받고 있는데 고관부인들이 몰려다니며 사치스러운 행태를 보이는 바람에 국민이 좌절과 분노를 느끼는 것 아니냐”고 질책했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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