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김현철씨 사면 반대여론에 "어쩌나?"

  • 입력 1999년 8월 8일 19시 33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에 대한 사면 복권 결심을 굳혀가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주춤하는 분위기다.

박준영(朴晙瑩)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은 8일 현철씨 문제와 관련해 “아직 어떤 방침도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박수석은 “김대통령이 20세기의 마지막 광복절을 맞아 용서와 화해의 차원에서 사면해야 한다는 의견과 법적용의 형평성, 사회정의, 권력형 비리연루자라는 점 등을 고려해 사면해서는 안된다는 의견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사면복권을 안하는 쪽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도 “김대통령이 현철씨를 사면하는 쪽으로 기울었으나 지금은 후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직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김대통령 주변의 기류는 2,3일 만에 현철씨 사면에 대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는 듯하다. 그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극도로 부정적인 여론 때문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90% 이상이 현철씨 사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산에서도 80% 가량이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다.

뿐만 아니라 각종 시민단체는 물론 국민회의와 자민련 ‘제2건국위’ 등 여당과 여권단체들도 연일 반대입장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 중에도 사면반대론자가 부쩍 많아졌다.

이에 대해 김대통령은 “여론이 이렇게 나쁠 줄은 몰랐다”며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 이에 따라 현철씨 사면복권이 연말로 미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대두된다.

하지만 아직 현철씨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완전히 수그러든 것은 아니다. 일부 청와대 참모들은 여전히 “어차피 정치적 부담으로 남을 텐데 욕을 먹더라도 이번에 매듭을 짓고 넘어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향후 2,3일간의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김대통령의 결심을 좌우할 최대 관건이 될 것 같다. 김대통령은 10일 국무회의 전까지 현철씨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13일 임시국무회의를 소집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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