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 검거]『申봤다』 신고 20분만에 아파트 포위

  • 입력 1999년 7월 17일 00시 22분


『신창원과 비슷한 사람을 봤어요.』

16일 오후 3시40분경 서울경찰청 112지령실.

다소 흥분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다급하게 전해졌다. 전화를 받은 최은순경(29·여)은 직감적으로 예사로운 전화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아파트보수업체 직원 김모씨(29)의 전화신고가 접수되는 순간이었다. 최순경은 옆에 비치해두고 있는 신창원의 수배전단을 살폈다.

“광대뼈가 튀어 나오고 키는 172∼175㎝ 가량이며 몸무게는 70∼80㎏ 정도”라는 김씨의 대답이 되풀이됐다.

김씨는 가스레인지를 수리하면서 곁눈질로 신창원과 흡사한 집주인의 인상착의를 살피며 방안의 러닝머신 벤치프레스 등 다양한 운동기구를 본 뒤 ‘확신’을 가졌다.

서울경찰청 112지령실은 오후 3시42분경 전남경찰청 상황실로 팩스와 전화로 신고내용을 통보했고 이로부터 4분 뒤 전남 순천경찰서에 그대로 전해졌다.

순천서에 초비상령이 내려졌다. 전 수사요원과 전경 등 46명에게 출동명령이 내려졌다. 출동한 경찰은 모두 권총과 M16 소총 등으로 무장했다.

3시48분 드디어 출동명령이 내려졌다.

신의 은신처인 전남 순천시 조례동 금당 대주아파트에 도착한 오후 4시. 경찰은 205호 출입문 부근에 경찰관 6명을, 4동 출입구에 대여섯명을 배치했다.

4시50분 검거작전 개시 명령이 떨어졌다.

경찰은 아파트 출입문의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냐”하는 신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뒤 한동안 침묵이 계속됐다.

‘은신의 귀재’ 신은 초인종에 반응을 보인 것을 한때 후회했다.

5시경 경찰관 3명이 아파트 가스배관 파이프를 타고 뒷 베란다를 통해 거실로 들어섰다.

신은 갑작스러운 외부인의 침입에 깜짝 놀라 용수철처럼 일어나 저항했다. 경찰관 두명이 신과 다투는 사이 한명이 출입문을 열었다. 대기중이던 경찰관 6명이 합세해 신을 붙잡았다.

신은 완강히 저항했으나 이내 ‘운명’을 깨달은 듯 거실 소파에 주저앉았다.

“네가 신창원이지.”

경찰관들은 다그쳐 물었다.

“내가 신창원이요. 사형당하겠지요”라고 그는 순순히 시인했다. 신은 “담배 하나 달라. 목이 마르니 물을 달라”며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순천서로 압송되자 “아이 참”하며 자신이 검거된 것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준우기자·순천〓김 권기자〉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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