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폐지協 10周세미나]『사형폐지는 세계적 추세』

  • 입력 1999년 5월 28일 06시 41분


한국사형폐지운동협회(사폐협·회장 이상혁·李相赫변호사)는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창립 10주년 기념식 및 세미나를 열었다.

사폐협은 89년 5월30일 세계적으로 사형의 반인륜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가운데 사형집행에 따른 범죄 억지력을 과신한 당국자들에 의해 사형이 정략적으로 집행됨에 따라 결성됐다.

사폐협 고문인 이수성(李壽成)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격려사에서 “아무리 죄를 짓고 미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의 생명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 사형폐지운동의 본질”이라며 “이 운동은 21세기 생명운동”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의 사형폐지운동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국민의 정부 출범에 따른 인권에 대한 새로운 사고는 사형폐지운동에 희망을 주고 있다”면서 “인명존중 사상은 범죄 없는 세계로 들어서는 관문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입을 모았다.

고려대 김일수(金日洙)교수는 “사형을 규정한 형법 338조(강도 살인 및 치사)에 대한 위헌심판 제기와 사형집행에 대한 항의성명 등 사폐협의 꾸준한 활동으로 사형폐지운동이 중대한 전환기를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교수는 “사형이 어떤 다른 목적을 위해 범죄인의 생명을 박탈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수단화하는 위법이 내포됐고 생명은 사회질서 등을 내세워 박탈할 수 없다는 점이 폐지론의 근거”라고 밝혔다.

사형존치론자들은 사형이 범죄를 예방하고 흉악범에 대한 가장 적절한 응보로서 불가피하게 선택된 제도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이에 대해 이상혁회장은 “사형을 폐지한 국가에서 흉악범죄가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사형의 범죄억제 효과는 없다. 오히려 오판 및 악용 가능성 때문에 사형은 폐지돼야 마땅하다”고 반박했다.

이회장은 “사형폐지운동협의회를 결성한 89년 당시 사형을 폐지한 국가가 79개였고 1백1개국이 사형을 유지했지만 협의회 창립 10주년인 현재에는 사형을 폐지한 국가가 1백5개로 사형을 유지하고 있는 국가(90개)보다 많아졌다”고 소개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형이 확정된 사형수가 60여명에 이르는데도 사형이 2년째 집행되지 않은 것도 이 운동의 꾸준한 성과라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이회장은 별도의 인터뷰에서 “사형에 대한 위헌심판청구소송, 사형을 대체하는 입법청원운동, 생명을 아끼는 시민운동단체와의 연대 등을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위용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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