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전문성 논란… 피감기관들 『기준 모호』

입력 1999-05-02 20:31수정 2009-09-24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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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피감기관들이 감사원의 일부 지적사항에 대해 “현실적 여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는 등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둘러싼 전문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달 4일 발표된 서울지하철2기 건설계획 감사결과. 감사원은 “서울시가 노선별 수송수요를 잘못 예측함으로써 전동차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구매하는 등 낭비요인이 발생했다”고 지적했으나 서울시는 “현실을 도외시한 단순비교”라며 반박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건설계획을 세울 때 차량혼잡도(1량 기준 탑승인원비율)를 200%로 예측했으나 감사기간인 97년의 5호선 실제 혼잡도는 160∼170%에 그쳤으므로 그만큼 낭비요인이 발생했다는 게 감사원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서울시 관계자는 “수요예측을 했던 90년 당시엔 각종 경제지표가 성장추세에 있어 혼잡도를 높게 잡았지만 97년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사태로 상황이 나빠진 것”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해 건설교통부도 지난해 지하철의 표준혼잡도를 150%로 제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또 지난달 18일 “공정거래위가 대기업의 계열사 간 기업어음(CP)매입을 통한 부당지원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과징금 산정요소인 정상할인율을 통일된 기준없이 업체마다 서로 다르게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공정위측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측은 “감사원 감사를 받을 당시에는 과징금 부과의 근거가 되는 지원금액 산정원칙만 있었다”며 “정상할인율은 자금거래 시기나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해 판단하는 정책적 결정이므로 통일된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1월 발표된 Y2K(컴퓨터 2000년 표기오류) 특감도 피감기관의 반발을 산 대표적 사례. 감사원은 당시 “Y2K 준비가 부실해 국내 원전은 최악의 경우 48%의 발전중단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으나 한전측은 “원전의 전력계통에 대한 감사원의 이해가 부족한 데서 나온 결과”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감사 직후 원전 전체를 대상으로 전산프로그램을 분석, 실제 모의실험을 해본 결과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는 게 한전측의 주장이다.

한편 3월 감사원의 국책사업감사심의관을 지낸 조모씨가 포항제철의 자회사인 포스틸의 감사로 옮기는 등 감사원 고위공무원들이 피감기관의 감사로 잇따라 이직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유모이사관이 고속철도공단 감사로, 지난해 9월에는 박모부이사관이 인천국제공항의 감사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감사원측은 “공단과 기업체의 감사직은 그 자체가 전문성을 요구하므로 이들의 전직(轉職)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일부 피감기관이 이들을 ‘방패막이’로 감사원 감사의 예봉을 피하려 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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