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파업]검경, 공권력투입 미묘한 신경전

  • 입력 1999년 4월 23일 19시 38분


서울지하철 노조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명동성당과 서울대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검찰은 파업 사흘째인 21일부터 빠른 시일안에 공권력을 투입해 파업이 더 이상 장기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경찰은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한 공권력 투입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반응.

이에 대해 검찰은 파업 이후 계속돼온 경찰의 이같은 미온적인 대응때문에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경찰을 비난하고 나섰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23일 “경찰은 서울지하철 노조원들이 트럭 5대분량의 농성준비물을 명동성당으로 옮기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노조원들이 서울대로 들어갈 때도 제지하지 않음으로써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검찰은 현재 경찰이 농성 노조원들에게 강력한 법집행 의사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공권력투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공권력 투입 과정에서 불상사가 일어날 경우 결국 모든 비난의 화살은 경찰에 쏟아질 것이 뻔하다며 공권력 투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이날 “지난 정부때도 명동성당에 경찰력을 투입하는 바람에 경찰이 얼마나 곤욕을 치렀느냐”며 “검찰이 명동성당에 공권력을 투입하라는 것은 경찰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라고 반박했다.

경찰이 공권력 투입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데는 화염병과 최루탄이 난무하는 과거의 시위문화로 돌아갈 것에 대한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농성장에 경찰력을 투입해 강제 해산에 나설 경우 어쩔 수 없이 최루탄을 쏠 수밖에 없지 않느냐”며 “그렇게 될 경우 또다시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시위문화가 재연된다”고 말했다.

〈이현두·정위용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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