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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2월 26일 0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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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돈을 대기업에 떼였다〓농협이 안고 있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신용사업부문의 부실규모가 너무 크다는 것. 농협은 농민 도시서민 등의 예금으로 조성한 돈을 대기업의 사업확장에 빌려주거나 지급보증을 서줬다가 무려 9천억원대의 거액을 떼였다.
96년말 4천8백65억원이었던 대기업 여신액은 외환위기가 절정에 이른 97년말 7천여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농협의 부실채권 규모는 작년 8월 한때 9천1백84억원까지 늘었다가 연말에 6천5백억원대로 낮아졌다. 일부 채권을 회수한 덕택이기도 했지만 8천5백억원대의 대손충당금을 쌓았기에 가능했다.
농협은 부실규모가 급격히 증가하자 96년 6월부터 회사채에 대한 신규지급보증을 중단했다. 농림부 고위관계자는 “농협의 부실대출액 규모가 일반은행 뺨치는 수준이라는 보고를 받고 대통령이 격노한 것 같다”고 전했다.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 심각〓신용사업 부문의 부실이 쌓이는 와중에도 직원들의 복리후생에는 씀씀이가 컸다. 감사결과 농협 직원의 1인당 월평균 급여는 2백63만원. 이에 대해 농협은 “금융노련에 가입했기 때문에 시중은행과 비슷한 임금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밝히고 있다.
각종 명목의 수당을 지급한 비정상적인 급여체계도 농민들의 위화감을 조성하기에 충분하다는 지적. 97년 연월차휴가 보상금 지급액은 6백63억원으로 1인당 평균 3백64만원씩 받았다. 모부장의 경우 1천2백88만원을 받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방만한 조직운영도 빼놓을 수 없는 사례. 농협은 94∼97년 중 9백76명을 후한 조건으로 명예퇴직시키면서 같은 기간에 3천1백77명을 신규 채용했다.
〈박원재기자〉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