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대구고검장 성명서 요지]

입력 1999-01-28 07:46수정 2009-09-2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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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앞에 사죄하며

대전 이종기변호사 수임비리사건을 계기로 검찰과 법조계의 위신이 땅에 떨어져 검찰 사상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지금 저는 매우 비통한 심정입니다.

판검사가 변호사로부터 전별금이나 떡값 등 어떠한 명목으로라도 금품을 받아 온 관행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법조 윤리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낳게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30여년의 검찰생활을 한 본인을 비롯해 대부분의 법조인들이 모두 국민 앞에 엎드려 뼈아픈 반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대에 일부 검찰 수뇌부와 정치검사가 수많은 시국 공안사건과 정치인사건에서 진실을 왜곡하고 인권을 탄압하였으며 사건을 정치적으로 처리하여 온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들어서도 검찰은 일련의 정치적 사건에서 일관성 없고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사건을 처리함으로써 국민에게 분노와 허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이러한 불행한 사태를 초래케 한 점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한평생을 보낸 저로서도 책임을 통감하고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검찰 총수 및 수뇌부가 직접 지휘 감독하는 정치사건입니다. 그동안 검찰총수와 수뇌부는 권력만 바라보고 권력의 입맛대로 사건을 처리하여 왔으며 심지어는 권력이 먼저 요구하지 않아도 스스로 권력의 뜻을 파악해 시녀가 되기를 자처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을 보면 검찰을 정치권력의 시녀로 만든 당사자들은 자신의 치부를 숨긴 채 열심히 일해 온 후배 검사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습니다.

대전사건 수사는 구속상태에 있으면서 사회의 비난을 한몸에 받아 심리적 공황상태에 있는 이변호사의 일방적 진술에 의해 옥석을 가리지 않고 판검사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해대는 소위 ‘마녀사냥’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본인의 경우 7백80만원짜리 민사 소액사건을 이변호사에게 의뢰한 사건 당사자로부터 그 사건의 소개자로 이름을 도용당했습니다.

검찰 수뇌부는 이변호사의 일방적 진술만 듣고 언론에 발표함으로써 마치 당해 검사가 무슨 큰 비리가 있는 양 국민을 오신에 빠지게 하고 결과적으로는 사실을 왜곡 조작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검사 개개인의 명예를 무참히 짓밟아 사표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는 검찰총수 및 수뇌부가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무수한 희생양을 양산하고 있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습니다.

YS정부와 김현철씨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그 자리에 오른 검찰총수 및 수뇌부는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권력에 맹종하여 자리를 보존하고 차지하기 위해서 지금 검찰조직의 기초를 황폐화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검찰총수 및 수뇌부는 후배 검사들의 사표를 받기 전에 무조건 먼저 사퇴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저도 기꺼이 퇴진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본인의 전생애 전재산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주기 바랍니다. 만일 그렇게 하고도 비리사실이 나타난다면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을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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