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벤처기업가 이종문회장『잡종의식을 가져라』

입력 1999-01-26 19:26수정 2009-09-24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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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납치범과 정년이 보장되는 교수와의 차이는 납치범과는 교섭이 가능하지만 교수와는 교섭이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은 아직도 문화적으로 배타적이고 고루한 유교사상에 중독돼 있다. 인간의 개성이 중시되는 지금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진국의 기술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잡종의식’을 가져야 한다.”

미국에서 ‘실리콘밸리의 한국인 대부’로 통하는 벤처투자회사 암벡스 벤처그룹 이종문(李鍾文·72)회장.

이회장은 26일 교육부 초청 강연에서 이같은 비유로 한국의 대학사회, 한국인의 의식을 맹렬히 질타했다.

강연대상은 교육부의 이해찬(李海瓚)장관과 조선제(趙宣濟)차관을 비롯한 관리들과 김종량(金鍾亮)한양대 박찬석(朴贊石)경북대 노성만(盧成萬)전남대 총장, 최송화(崔松和)서울대 부총장 등 2백50여명의 교육 관계자들. 1시간반 동안의 강연에서 이회장은 “이제 경쟁은 세계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숙명적인 것이 돼버렸다”고 전제하면서 “국가 주도로 첨단과학기술과 고급인력을 확보하고 경쟁체제를 강화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는 지난 50년 동안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3만명이나 되지만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제품이 일본에는 3백종이나 되는 데 비해 한국에는 단 하나도 없다는 예로 한국의 경쟁력이 아직 ‘밑바닥 수준’임을 설명했다.

이회장은 “21세기에 국가생존을 좌우하는 것은 지적창조를 바탕으로 한 첨단 과학기술”이라고 단언하면서 “지적재산을 생산 관리 활용 발전시키는 노력만이 경쟁력을 키우는 첩경”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시급히 요청되는 것이 바로 ‘대학사회의 개혁’이라고 그는 특히 강조했다.

이회장은 “10년 전에 컴퓨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교수가 그당시의 논문내용으로 강의를 하고 있고 교수연구실에 변변한 전문잡지가 비치돼 있지 않으며 학생들의 외국어 실력이 형편없는 것이 한국 대학의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무엇보다 대학이 “정보기술과 생명공학 분야 등을 연구하는 연구중심대학과 법학 경영학 공학 의학 등을 교육하는 교육중심대학, 교양있는 생활인을 길러내는 교양중심대학으로 전문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학생들이 적어도 영어 일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외국어 교육을 강화하고 외국인 교수와 유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종문회장은 누구인가?★

이회장은 70년 미국으로 이민 가 사업실패와 가정파탄으로 자살까지 기도하는 등 역경을 겪다 각고의 노력 끝에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입지전적인 인물.

82년 실리콘밸리에 ‘다이아몬드 컴퓨터 시스템’사를 설립한 그는 87년 애플과 IBM 컴퓨터의 호환용 제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컴퓨터업계의 실력자로 화려하게 입신(立身)하는 데 성공했다.

이회장은 95년 다이아몬드사의 주식 상장으로 4억6천8백만달러의 수익을 얻어 이 돈으로 벤처투자회사인 ‘암벡스’사를 설립해 현재 벤처투자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실리콘밸리의 스탠퍼드대에 2백만달러를 기증, 한국의 정보기술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도록 했다. 또 재미 한국교포 2, 3세의 민족교육을 위해 95년 고려대에 1백만달러를 기증했다.

중앙대를 졸업하고 서울에서 잠시 교편생활을 하기도 한 이회장은 현재 스탠퍼드대 자문교수와 미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부회장 등을 겸임하고 있다.

〈이진녕기자〉jinn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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