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성당에 천막 없어지는날 우리사회 평화 이뤄질것』

  • 입력 1998년 12월 6일 19시 21분


‘갈등의 시대에서 화해의 시대로’.

지난 시절 시위와 농성자에 대한 ‘보호조치’로 경찰과 항상 마찰을 빚어왔던 명동성당의 신부들이 경찰서를 찾아가 미사를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천주교사상 드문 일이라는 얘기다.

장덕필(張德弼)주임신부 등 명동성당 소속 신부와 수녀 5명은 6일 오전 성당 관할 내에 있는 중부경찰서를 찾아 전 의경과 경찰관 3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미사를 집전하며 그동안 잦은 시위로 고생해온 이들을 위로했다. 이날 미사는 장주임신부가 강희락(姜熙洛)중부경찰서장으로부터 전의경 가운데 천주교 신자들이 많지만 군부대와 달리 경찰조직 안에서는 사목활동이 이루어지지 않아 신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들은 뒤 이뤄졌다.

장신부는 정진석(鄭鎭奭)서울대교구장에게 천주교의 경찰사목활동을 건의해 우선 중부경찰서부터 매주 미사를 집전하라는 지침을 받은 것.

이날 미사는 전의경신자들을 위한 30여분간의 고백성사를 가진 뒤 조해인(曺海仁)사목담당신부의 집전으로 1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장주임신부는 강론에서 농성천막 강제철거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명동성당에 천막이 없어지는 날이 곧 우리사회에 평화가 이루어지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성당에는 지난달 27일 평신도들에 의해 농성천막이 강제로 철거됐지만 다음날 농성자들이 다시 5개의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중이다.

장신부는 잦은 시위로 고생하는 전의경들을 위로하며 “시위자들을 미워하지 말고 성경말씀처럼 끝까지 용서하고 포용하는 노력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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