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풍 수사발표/배후규명]공개안한 「결정적 물증」집중

  • 입력 1998년 10월 26일 19시 43분


총격요청사건 수사결과는 ‘미완(未完)의 수사’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한성기(韓成基)씨 등 3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사건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총격요청 사실은 명확히 규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검찰수사는 일단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검찰도 “핵심적인 사실관계는 다 밝혀졌다”며 수사결과를 용두사미(龍頭蛇尾)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배후의혹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계속 수사하겠다”고만 말했다. ‘중간수사결과 발표’라고 함으로써 미완의 수사임을 검찰 스스로 공식화했다.

수사발표와 관련해 중요한 의문점 가운데 하나는 ‘결정적 물증’이 내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 검찰은 관련자의 진술과 정황증거만으로 총격요청의 ‘전모’를 발표했다.

안기부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안기부는 수사진행도중 배후와 관련해 “결정적 물증이 있다”고 여러차례 언급했다. 안기부는 또 ‘결정적 자료’를 검찰에 넘겨줬다고 말하기도 했으며 검찰도 이를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결정적 물증’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그것이 존재는 하되 검찰과 안기부가 특별한 사정 때문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나돈다. ‘특별한 사정’은 통신비밀보호법의 ‘비공개 원칙’. 이 법 제11조는 감청 검열 등으로 취득한 수사자료는 물론 감청 및 검열의 허가여부와 허가과정도 외부에 공개하거나 누설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안기부는 장석중(張錫重) 오정은(吳靜恩)씨 등에 대해 상당기간 풀어놓고 멀리서 관찰하는 ‘방목’(放牧)수사를 해왔으며 감청 검열허가 영장을 받아 합법적으로 그들의 문제되는 대화내용을 샅샅이 채증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감청내용을 언론발표에 쓸 수도 없고 또 세간에서도 감청을 좋게 보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확보된 증거 중에는 특정인이 지난해 대선 직전 한씨와 아주 특별한 관계에 있었음을 스스로 밝힌 전화통화 내용과 우편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검찰수사, 특히 ‘배후의혹’ 수사는 이제부터 본격화한다고 볼 수도 있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감청 및 검열자료 등을 언론 등 외부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이 자료를 가지고 배후 추궁을 계속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간부는 “수사발표 때 언급한 ‘계속수사 의지’가 단순한 수사(修辭)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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