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씨 『DJ 정치권 유감표명은 재계 달래려는 것』

  • 입력 1998년 8월 26일 07시 22분


현대자동차 사태에 대한 정치권의 지나친 개입으로 구조조정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유감을 표명한 가운데 중재단장으로 활동했던 노무현(盧武鉉)국민회의부총재가 25일 “정치권의 개입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노부총재는 이날 오전 KBS1라디오의 ‘안녕하십니까 정범구입니다’프로에서 진행자와의 전화대담을 통해 “(정치권 개입에 대한 비판은) 이번 사태의 타결 결과를 놓고 앞으로 주도권을 잡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의 게임이 진행되면서 결과를 놓고 이런저런 말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적 분규와 갈등을 조정 해소하는 게 정치의 본질적 기능”이라며 “특히 이번 현대사태는 재계와 노동계의 대리전이라 할 만했으며 향후 노사관계의 진행방향을 결정할 대단한 정치적 문제였으므로 정치권은 당연히 개입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기업체 인사담당자는 “현대사태가 극단적 충돌없이 해결된 것에 대한 다행스러운 심정과는 별개로 정치권의 개입에 대한 비판여론이 일고 있는 것은 노사문제에 정치논리가 지나치게 끼여들어 법과 원칙이 무시됐으며 구조조정과정에서 ‘목소리가 크면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는 나쁜 선례를 남겼기 때문인데 노부총재는 전혀 동떨어진 발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부총재는 김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노사문제에 정치권이 지나치게 개입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로 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의 말씀은 기본적으로 이번 결과를 안도하고 환영하지만 다만 재계가 불평하니까 대통령입장에서 다독거리느라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부총재는 또 “당간부회의에서 결정해 중재단이 파견됐으며 노사정위원회 및 정부와 사전에 조율해서 내려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국민회의 중재단이 노사정위원회와 조율했는지 몰라도 정부와는 별다른 입장 조율없이 내려가 사용자측에 너무 불리한 중재안을 내놔 재계의 반발을 자초해 난감했다”고 전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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