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정부와 뭐가 다르냐?』 국민의정부 개혁비판 고조

  • 입력 1998년 7월 30일 19시 26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이끄는 ‘국민의 정부’가 집권 초반부터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7·21’재 보궐선거가 여권의 사실상 패배로 귀착되자 현정부에 대한 민심 이반현상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권 내부에서는 대책마련에 나섰고 야당은 개혁실패로 몰아붙이며 현정권에 대해 거센 공세를 펼칠 태세다.

최근 각 분야에서 터져나오는 목소리들도 ‘김대중정부’에 대한 칭찬보다 호된 비판과 질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금주에 발매된 시사주간지들은 일제히 특집기사를 통해 현정권이 추진중인 개혁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파헤쳤다.

‘뉴스플러스’는 김대통령의 개혁에 대해 전통적 지지층은 실망하고 보수층은 불만이 증폭되는 ‘양면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후속구조조정과정에서 노동자 서민들은 “우리만 희생자”라며 등을 돌리고 있고 기득권층에서는 박탈감에 따른 ‘반 DJ(김대중)’감정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21’은 ‘DJ가 YS(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를 닮아간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김대통령과 김전대통령의 국정운영스타일이 닮은꼴이라고 비판했다. 이 주간지는 표지에 김대통령과 김전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을 싣고 ‘DJ모독!’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7·21’ 재보선에서 보여준 ‘승리지상주의’와 ‘대결의 정치’‘인위적 정계개편’ 등이 구정권의 등록상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간조선’은 현정부의 경제정책인 ‘DJ노믹스’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병행발전’이라는 구호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실행안도, 중장기 비전도 없어 한마디로 “DJ노믹스는 없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과정에서 정치논리개입과 정책혼선으로 원칙이 변질돼 재계와 민노총의 도전에 춤을 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주간지는 특히 ‘7·21’ 재보선이 여야의 극한대결로 막대한 선거자금이 살포된 ‘돈선거’였다는 점을 적시, 정치판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간조선’은 ‘7·21 재보선 수백억 뿌려졌다’제하의 기사에서 경기 광명을 선거에서 ‘1백억원’ ‘수십억원’ 살포공방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런 평가들이 하루아침에 갑자기 고개를 든 것은 아니다. 그동안 하나 둘씩 누적돼온 비판적 시각들이 ‘7·21’재 보선과 2기 노사정위 가동을 계기로 집약적으로 노정됐을 뿐이다.

실제로 ‘국민의 정부’가 ‘문민정부’와 다를 것이 없다는 근거는 많다. 가깝게는 ‘7·21’재 보선의 혼탁 타락양상이다.

정치권내에서는 여야가 ‘목숨을 건’ 승부를 펼친 경기 광명을, 서울 서초갑, 부산 해운대―기장을 등에서 수백억원의 돈이 공식 비공식 선거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현행 선거법이 ‘돈’은 묶고 ‘입’은 푼다는 방향으로 개정됐다고는 하지만 돈은 돈대로 뿌려졌고 입은 더욱 험악해졌다. 그 일차적인 책임은 광명을에 대표선수를 내세우고 당운(黨運)을 걸어버린 김대통령과 국민회의에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나라당 이한동(李漢東)총재대행이 재 보선과정에서 김대통령의 비자금과 아태재단후원금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정치권에 대한 개혁과 엄정한 사정(司正)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김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정치개혁추진을 역설했지만 반년이 가깝도록 아무런 실적이 없다.

검찰의 독립을 존중한다고 하지만 정치인비리와 관련된 의혹만 무성할 뿐 처벌받은 정치인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정치인에 대해서는 구정권보다 너그럽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국민사이에서는 “김대중정부가 과연 김영삼정부와 무엇이 다르냐”는 얘기가 쏟아지고 있다. 개혁을 한다고 요란하게 떠들면서도 이루어진 것은 하나도 없이 전혀 전정부와의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대통령의 독주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내각이나 여당과 함께 두터운 주체세력을 형성, 국정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준비된 대통령’이 혼자뛰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 야당에 대해서도 정치는 없고 ‘힘의 논리’만 구사되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등 여권은 “개혁작업의 부진에 따라 각 분야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인정하며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여권의 분위기는 아직도 민심에 대한 냉철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개혁 전반에 대한 정확한 현실진단과 전열정비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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