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마지막 보루」 퇴직금이 흔들린다

  • 입력 1998년 6월 28일 19시 49분


직장인의 노후생활을 지탱해주는 마지막 보루 퇴직금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임금삭감으로 퇴직금액 자체가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경총과 외국인투자자들이 이 제도의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앞으로 존립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대기업(정보통신)에 근무한지 15년째인 박모차장(39). 박차장은 올들어 봉급이 20%정도 줄어든데다 가만히 앉아서 2천여만원의 퇴직금을 손해봤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박차장이 받을 수 있었던 퇴직금은 8천만∼9천만원정도. 그러나 올해는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이 20%정도 줄어들었으며 그만큼 퇴직금이 줄었다. 새로운 평균임금에 따라 계산해 본 퇴직금은 6천4백만원 수준. 2천만원 정도가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박차장은 당분간 퇴직금이 더 줄면 줄었지 늘지는 않을 것으로 각오하고 있다.

10년 이상 장기근속자에 대해 퇴직금을 더 얹어주는 퇴직금누진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 제도가 언제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

퇴직금에 대한 불안은 일반기업뿐만 아니다. 대덕연구단지내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는 5월중 15년 이상 근무한 고참급 직원과 연구원 2백85명이 무더기 퇴직신청을 했다. 전체 종사자의 7%에 달하는 규모.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구조조정으로 신분불안이 커지고 6월부터 퇴직금 산정에서 상여금이 제외된다는 소식때문이었다.

언제 퇴직당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여금까지 없어지고 나면 앉아서 퇴직금을 몇천만원 손해보는 마당에 무더기 퇴직신청은 당연하다는게 주변의 반응이었다.

한국 투자를 검토하는 외국인 기업들이 퇴직금 제도를 문제삼고 국내 기업중에서도 계약제 연봉제 도입을 서두르는 곳이 갈수록 많아져 퇴직금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변형이 불가피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김승환기자〉shean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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