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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6월 12일 0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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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 입학할때 네 아빠는 사업이 최악의 상태였어. 입학금은 네가 저금한 돈으로 겨우 냈지만 교복 살 돈이 없어 아는 분께 낡은 동복과 하복을 얻었지. 동복 상의 안에 입는 셔츠를 빨때 깃이 다 미어져 비벼 빨기조차 조심스러웠단다.
그런데 이번주부터 하복을 입으라고 해 하복을 하루입고 학교에 다녀온 너는 “엄마. 하복 엉덩이가 구멍이 네군데나 나서 아이들이 놀렸어. 팬티보인다구…”고 했지. 다림질 할때 너무 낡았다 싶었지만 두세달 입으면 방학이니까 그때까지만 입어줬으면 했는데 입힐 수가 없게 된거야. 그래서 하복을 하나 장만할 때까지 며칠만 동복을 입고 다니라고 했던 것인데….
밥을 먹고 있는 네 옆에서 바지를 꿰매던 엄마는 정말 우울했어. 그런데도 바느질 실이 군데군데 보이는 하복을 입고 다른 때보다 더 씩씩하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고 하는 너를 보니 무척 고마왔다. 너희들을 위해서라도 아빠는 용기를 내고 다시 일어설 거야.
이현미(대전시 중구 대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