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소비-지출변화]『한달 한번도 외식안한다』56%

  • 입력 1998년 6월 11일 19시 22분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6개월간 도시가정에서 겪은 생활고는 실제 어느 정도일까.

자산과 소득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지출은 치솟는 물가에 매달려 선회비행을 계속하고 있다. 각 가구가 의류비 외식비 문화생활비 등 소비를 줄여 ‘수지’를 맞추려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집값 하락에 대해서는 비록 자신의 자산이 줄어들고 있지만 ‘바람직하다’는 반응이었다.

자산자산이 5분의1이상 줄었다는 가구가 5가구당 3가구꼴(60.3%)로 나타났다. 반면 부채가 늘어났다고 답한 가구도 5가구에 2가구꼴(40.5%)이어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양상이다.

가구당 월평균 이자부담액도 6개월전에 비해 30만원 이상 늘어났다는 가구가 8.5%포인트 증가해 고금리시대가 몰고온 가계의 주름살을 엿볼 수 있다.

보유자산의 변동상황은 액수상으로는 주택 은행예금 토지 순서로 6개월전과 별 차이가 없었지만 처분자산은 은행예금 귀금속 골동품 보험 순으로 나타나 부동산 처분이 늦어지고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

▼소득▼

평균 소득이 20%이상 줄었다고 응답한 가구가 4가구당 3가구꼴로 대부분의 가구가 절대적 감소를 실감하고 있었다.

소득수준이 사회적 평균에 비해 낮다고 생각하는 가구도 6개월전 40.0%에서 54.0%로 14%포인트 늘어 상대적 박탈감도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중산층이라고 보는 가구가 55.4%였지만 하층(36.4%)과 빈곤층(6.1%)이란 답변도 42.5%에 이르러 급격한 소득추락에 따라 중산층이 느끼는 현기증을 감지할 수 있었다.

▼소비지출▼

한달평균 1백만원미만 지출가구가 6개월전에 비해 7.9% 늘어나고 1백만∼2백만원미만 지출가구는 13.0% 줄어들었다. 반면 2백만원이상 지출가구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이는 지출수준이 아직까지 소득감소분만큼 현실로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을 입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끼고 줄여쓰기의 우선순위는 의류비(31.2%) 식비(23.4%) 외식비(13.8%) 문화생활비(10.5%) 순이었다.

이를 지출비중과 비교해 볼 때 의류비와 문화생활비는 6개월전에 비해 각각 56.4%와 35.1% 줄어든 반면 식비는 오히려 8.1% 늘어나 먹을거리 해결에 급급한 생활상을 읽을 수 있다.

또 6개월전에는 한달에 1회이상 외식을 하는 가정(75.2%)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나 최근에는 한달에 한번도 외식을 안한 가정(56.1%)이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교통수단도 6개월전에는 자가용(39.8%) 전철(32.7%) 버스(21.3%)순이었으나 현재는 전철(39.9%) 자가용(28.5) 버스(27.7%) 순으로 나타났다.

백화점이용가구(11.3%)가 6개월전에 비해 절반 이상이 준 반면 대형할인매장이용가구(36.1%)는 40%이상 늘었다.

앞으로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면 지출을 어느 정도 더 줄일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5가구 중 4가구 이상이 20% 이하라고 답해 고통감내 수준이 바닥에 이르고 있음을 보여줬다.

월평균 저축액이 감소한 가구는 절반 이상, 20만원 이상 감소한 가구도 전체의 4분의 1을 넘었다. 반면 변화가 없거나 늘었다고 답한 가구도 36.1%나 됐다.

▼주거생활▼

아직까지 주거생활의 변화가 뚜렷이 감지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택가격은 자가의 경우 지난해 11월 평균 2억6백만원에서 1억7천5백만원으로, 전세는 5천17만원에서 4천5백43만원으로 떨어져 주택소유가구의 자산가치하락이 뚜렷이 드러났다.

부동산가격 하락현상에 대해서는 ‘환영한다’(69.0%)는 응답이 ‘문제가 많다’(19.6%)에 비해 월등히 많아 자산가치하락에 대한 우려보다는 거품제거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두드러졌다.

부동산가격의 향후전망에 대해서도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70.5%)이 현재수준을 유지(5.5%)하거나 오를 것(18.5%)이라는 응답보다 훨씬 많았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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