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불건전한 언론, 자숙하게 만들것』

  • 입력 1998년 5월 13일 19시 59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2일 “근본적으로 언론에 간섭할 생각이 없다”고 전제, “그러나 불건전하고 불법적으로 언론사를 운영하거나 기자들에게 월급도 안주는 불미한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철저히 추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지방언론사 발행인 및 사장들과의 만찬에서 “준비 안된 언론 때문에 건전한 언론까지 비판을 받고 있다. 준비 안된 언론에 대해 강제로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것이나 스스로 자숙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6·4’지방선거가 역사에 남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여당이라도 선거법을 어기면 추호도 용납하지 않는 등 모범을 보이겠다며 언론의 감시와 감독, 협력을 당부했다.

오랜 세월 대중 속에서 호흡해온 김대통령은 언론보도에 누구보다도 민감하다. 10일 ‘국민과의 TV대화’에서 국민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 달라는 한 방청객의 건의에 “언론의 비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가장 정확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이런 김대통령의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그러나 요즘 청와대 주변에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언론과의 밀월(蜜月)관계가 대통령 취임후 2개월도 안돼 파경을 맞은데 대한 위기의식도 고조되고 있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언론에 대해 직접 언급한 적은 없으나 야당에 ‘국난 극복을 위해 올 한해만 도와달라’고 호소했던 것처럼 내심 언론도 그렇게 해줬으면 하고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야당이 이같은 호소를 저버려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는 김대통령의 논리를 언론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이겠지만 이 관계자의 말은 김대통령의 언론정책 변화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러나 김대통령의 언론관이 달라진 것 같지는 않다. 김대통령은 11일 월간 ‘말’지와의 창간기념 인터뷰에서도 동아일보와의 창간기념 인터뷰(4월1일자 보도)에서 밝힌 언론관을 그대로 반복했다.

“언론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언론이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다하지 못한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언론 스스로 시정 노력을 해야 한다.”

다만 눈에 띄는 대목은 과거 정권에서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받았던 언론사들에 대한 김대통령의 따뜻한 관심이다.

김대통령은 ‘말’지뿐만 아니라 지난달 8일에는 월간 ‘길’지와 인터뷰를 했으며 12일 기독교방송(CBS) 뉴스부활 10주년 기념식에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 15일 한겨레신문 창간 10주년 기념식에는 직접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김대통령은 어려운 시절 권력의 박해를 무릅쓰고 자신을 도와준 언론매체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뒤집어보면 권위주의 시절 상대적으로 권력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익을 본 언론매체에 대한 김대통령의 인식을 짐작할 수 있다.

〈임채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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