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비스 낙제」조사결과 쉬쉬…「실세기관」은 하위권

  • 입력 1998년 4월 22일 19시 45분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정부 예산을 들여 실시한 ‘정부기관 고객만족도’ 조사결과 검찰 법무부 경찰청 등의 점수가 낮게 나타났으나 이 내용이 공표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칼’을 쥔 사정기관들의 눈치나 살핀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정부는 총리실과 한국행정연구원 주관으로 지난해 7∼8월중 한 달간 37개 중앙행정기관(22개 부처, 15개 외청)을 대상으로 민원인 만족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중앙행정기관의 서비스 점수 평균은 1백점 기준으로 50.4점에 그쳤으며 1위는 68.2점의 기상청이 차지했다. 꼴찌는 평균점수의 절반인 25.5점을 기록한 검찰청이었다. 법무부(40.7)와 경찰청(41.1점)은 꼴찌에서 두번째, 세번째였다.

문화체육부가 63.3점으로 2위였으며 △공정거래위원회(61.0) △농촌진흥청(60.4) △조달청(59.7)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외무부 재정경제원 병무청 국방부 관세청 건설교통부 해양경찰청 내무부 교육부 정보통신부 등 소위 ‘실세 기관’은 모두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같은 조사결과가 지난해 10월 총리실에 보고되자 당시 총리실은 “조사의 목적은 못하는 기관을 벌주려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기관을 칭찬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조사결과를 비밀에 부쳤다.

또 6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조사 실무를 담당했던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말 결과를 책으로 펴내려 했으나 총리실이 기관별 점수 및 순위 등 민감한 내용은 싣지 못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집행기관(기상청) 기획기관(문체부) 경제부처(공정거래위원회) 등 부문별 1등 기관만 발표했다.

그러나 당초 설문조사를 실시한 목적은 중앙행정기관의 대(對)국민 서비스 실태를 낱낱이 공개함으로써 기관간 선의의 친절경쟁을 유도, 행정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고객지향적인 정부’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 조사는 기관별로 30∼1백명, 모두 2천2백40명의 민원인을 의뢰기관인 현대리서치가 개별 방문해 실시했다.

〈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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