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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4월 12일 20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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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삼성서울병원에서는 1주일전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상태에 빠진 이창희(李昌熙·15·충북 청주시 주성중3)군의 간 심장 신장 등 4개의 장기와 각막을 우모씨(28) 등 5명에게 옮기는 수술이 이뤄졌다. 수술을 맡았던 흉부외과 박표원교수는 “한창 나이인 이군의 장기를 이식받아 환자들의 상태가 매우 좋다”고 말했다.
이군의 아버지 이상설(李相雪·52·회사원)씨는 “창희가 뭔가 좋은 일을 남기고 떠나도록 모든 장기를 기증했다”고 말했다.
이군은 부모가 딸 셋을 낳은 뒤 불공을 드린 끝에 본 외아들. 초등학교 때 전교어린이회장을 맡았고 중학교 입학 후에도 친구의 어려움을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이군은 3일 학교 앞에서 친구가 철없이 몰고온 차에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 이씨 부부는 이틀 동안 고민을 거듭한 끝에 아들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결심했다. 이군은 9일 응급 헬기로 서울로 옮겨졌고 다음날 그의 장기는 다른 사람에게 이식됐다. 시신은 11일 삼성서울병원 영안실을 출발, 경기 성남시 화장장으로 향했다.
어머니 윤연화(尹軟花·48)씨는 “창희가 평소 남을 돕기 좋아했기 때문에 저승에서도 부모의 결정을 기뻐할 것”이라면서 “이식을 받은 환자들이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