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핫이슈/정국개편 움직임]손호철 『반대』

  • 입력 1998년 4월 1일 21시 52분


현재의 거야(巨野)라는 것이 인위적으로 구성된 것이고 IMF위기속에서 여소야대에 따른 정치적 불안감 때문에 다수 국민이 정계개편을 바라고 있다는 점에서 정계개편론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계개편에는 반대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수단의 비정당성 문제이다. 현 여권은 1년반전 15대 총선이후 무소속의원들의 영입을 시도한 구여권에 대해 “민의를 파괴하려는 헌법파괴 행위”라고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적이 있다. 그러한 당사자들이 같은 짓을 해서는 안된다. 남이 하면 헌법파괴행위이고 내가 하면 국회의원들의 정당선택권리를 존중하는 민주발전 행위인가. “자발적으로 오겠다는데야 어쩌냐”고 말하지만 이 역시 구여권이 하던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국가적 위기 아래에서 여소야대의 불안정과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편법을 동원해도 좋다는 발상은 군사독재가 남긴 가장 심각한 해악인 ‘결과제일주의’를 빼어 닮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성수대교 붕괴로부터 현재의 IMF위기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문제들을 배태시킨 근본적인 원인중의 하나로서 박정희의 개발독재 모델처럼 단기적으로 성과를 낳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한다.

게다가 현재처럼 여소야대의 극복이라는 편의주의적 목표에 의해 기존의 지역정당 체제에다가 몇 명의 야당의원을 끌어들이는 ‘덧칠하기’식의 정계개편은 한국정치의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기이한 논리에 기초해 여야를 막론하고 개혁세력과 보수 수구세력이 동거하는 현재의 정당구도를 발본적으로 해체하여 개혁세력은 개혁세력끼리, 보수 수구세력은 자기들끼리 모여 경쟁할 때 개혁의 주체가 확실히 설 수 있으며 ‘색깔의 차이’에 기초한 정책경쟁을 통해 정치를 발전시킬 수 있다.따라서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준비된 대통령’의 ‘준비된 정치력’으로 여소야대 정국을 지혜롭게 끌고 나가고 다음 선거에서 발본적인 정계개편을 국민의 심판을 통해 하는 것이 옳다.

손호철<서강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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