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수사]『舊與-안기부 고리 포착됐나?』추측 무성

  • 입력 1998년 3월 24일 20시 08분


검찰의 정치권 전면수사 방침으로 정국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한나라당은 24일 강경대응자세를 조금도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지도부의 속내는 표면적인 강경자세와는 달리 착잡하다. 안기부의 북풍공작에 연루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당자체의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23일을 고비로 여권이 역공(逆攻)에 나서면서 ‘한나라당과 안기부의 연계고리가 포착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해지자 당지도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실제 한나라당에는 이날 ‘정재문(鄭在文)의원과 안병수(安炳洙)조평통위원장대리의 베이징(北京)회동을 주선한 재미교포 김양일씨가 국민회의측에 관련자료 일체를 넘겼다’는 정보가 입수돼 한때 긴장감이 감돌았다. 조순(趙淳)총재 이한동(李漢東)대표 등 당지도부는 이날 구수회의를 갖고 정보위원들이 보고한 ‘이대성(李大成)파일’의 내용을 중심으로 향후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물론 정의원은 이날도 “하늘에 맹세코 그런 사실이 없다”며 자신의 결백을 거듭 주장했다. 정의원은 또 재미교포 김씨가 지난 17일 자신앞으로 보낸 편지의 내용도 공개했다. 김씨는 이 편지에서 “최근 수일 동안 이루 형용할 수 없는 많은 프레셔(압력)로 사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더러운 정치정략에 순수한 사람을 악용하는데 분함을 참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태가 심각도를 더해가자 당내 일각에서는 “김씨가 국민회의쪽에는 이런 얘기를 하고 우리쪽에는 다른 얘기를 하는 등 이중플레이를 하는 게 아니냐”고 의혹의 눈길마저 생겨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걱정거리는 검찰이 정의원의 배후로 당의 최고위층을 겨냥, 수사를 몰아가고 있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상을 모르는 상황에서 뾰족한 대처방안도 없는데다 물러설 수도 없는 지경에 빠진 대목이 한나라당의 고민을 더하고 있다.

한 고위당직자는 “최악의 경우 검찰이 편파수사를 하더라도 마지막으로 우리는 국정조사란 무기를 갖고 있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동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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