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해씨 출두하던 날]새벽 자택 출발…낮에 검찰 도착

  • 입력 1998년 3월 20일 20시 08분


사법사상 처음 정보공작업무와 관련해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수사하게 된 검찰은 20일 오전 서울시내 모처로 검찰수사팀을 보내 권영해(權寧海)전안기부장을 접촉, 자진출두 형식으로 서울지검에 데려왔다.

오후 3시45분 권전부장의 ‘소환작전’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는 통보를 받은 김원치(金源治)서울지검 남부지청장은 곧바로 집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권전부장의 소환사실을 공식으로 확인해 주었다.

김지청장은 “권전부장이 출두하는 모습을 외부에 나타나는 것을 꺼려 ‘북풍사건’을 담당해온 남부지청이 아닌 서울지검으로 소환했다”며 “하지만 수사주체는 어디까지나 남부지청”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전(前)정권의 안기부장을 정권교체 직후 곧바로 직무와 관련, 구속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듯 권전부장을 비공개로 소환하기위해 영화속의 첩보작전을 방불케 하는 보안작전을 전개.

권 전부장은 이날 새벽 자택에서 비서관2명과 함께 출발, 시내 모처에서 서울지검 남부지청 소속 검사2명을 만나 검찰관용차로 갈아탄 뒤 서울시내를 서너시간 배회하다 이날 오후3시45분경 서울지검 특수조사실에 도착.청사에 도착한 권전부장은 마약수사반이 있는 별관건물을 통해 본관 지하청사에 도착한 뒤 피의자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11층 특별조사실로 직행.

김태정(金泰政)검찰총장은 “미국 CIA국장이 수사 받기위해 검찰청에 올 때 과연 노출하는 것이 옳겠는가를 생각해 봤다”며 “특히 권전부장은 자진출두한 것이기 때문에 공개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

○…권전부장이 밤을 새워 조사를 받은 특조실은 강력부 검사들과 수사관들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지검 11층 한쪽에 마련돼 있으며 강력범이나 중요 피의자들이 철야 수사를 받는 곳으로 유명.

간판도 없는 철문속에 5평 남짓한 10여개의 방이 있고 방마다 조사용 탁자와 수세식 화장실, 철야수사를 위한 1인용 침대가 마련돼 있다.

○…북풍수사는 ‘형식적인 절차는 검찰, 실질적인 조사는 안기부’라는 원칙하에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같은 원칙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으로 전망.김총장은 “자체진상조사는 안기부에서 하고 있지만 법률적인 문제는 검찰의 지휘를 받고 있다”고 밝히고 “이종찬 안기부장과는 언제든지 연락할 수 있는 ‘핫 라인’을 갖고 있다”고 설명.

○…권전부장에 대한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지검 남부지청 신상규(申相圭)형사5부장은 박상천(朴相千)신임 법무부장관이 군산지청장과 순천지청장 시절 함께 근무하면서 보좌한 각별한 인연이 있는 등 검찰내에서 아주 드문 ‘박장관 인맥’이라고 한 검찰간부가 전언.

또 주임검사인 황병돈(黃炳敦)검사는 경기 김포군의 비무장지대 접경지역 출신으로 ‘북풍수사’에 적격이라는 ‘농담’도 나돌고 있다.

〈이원홍·나성엽·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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