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출동, 절반이 『헛걸음』…서울시 年15억 낭비

  • 입력 1998년 3월 17일 20시 02분


18년간 화재현장을 뛰어다닌 서울 송파소방서 이재만(李載晩·42)씨는 하루에 2,3통 가량 신고전화를 받는다. 그러나 이중 절반 이상은 장난이거나 잘못 알고 신고한 경우다.

“연립주택에 불이났다”는 전화를 받고 동료직원 45명과 12대의 차량을 나눠타고 출동한 16일. 술에 취한 신고자가 집안 조명을 화염으로 착각한 것이었다.

이에앞서 7일엔 실내 경마장에 불이났다는 전화가 걸려와 물탱크차 펌프차 구급차를 타고 줄줄이 달려갔지만 경마장에서 돈을 잃은 사람의 허위신고임이 드러나 소방대원들을 맥빠지게 했다.

서울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8개 소방서에 걸려온 오인신고 전화는 7천5백99건으로 실제 화재발생 건수(6천7백95건)보다도 많다.

강서소방서 관내지역이 6백48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노원 5백82 △서부 5백66 △송파 5백25 △구로 4백76건 순.

올 들어서도 지난달까지 8백59건의 오인신고가 들어왔다. 역시 강서가 81건으로 최다.

오인신고는 물건이 타는 냄새를 오인한 경우가 2천8백23건으로 가장 많고 이어 쓰레기 태우는 것을 착각한 사례가 1천4백51건에 이른다. 장난전화도 1천28건이나 된다.

소방대원을 가장 허탈하게 하는건 바퀴벌레를 잡느라 연막 소독을 하는걸 화재로 잘못 알고 신고한 경우.

연막 소독을 할 때는 미리 소방서에 알리도록 돼 있는데 지키는 사람이 거의 드물다.

화재신고가 들어오면 소방서는 대원 50여명과 지휘차 고가차 구급차 각 1대, 펌프차 3대, 탱크차 4대, 구조차 2대가 ‘한세트’로 출동하게 돼 있다. 기름값 등을 감안하면 한번에 20∼30만원씩 경비가 소요돼 해마다 15억∼22억원을 가짜신고로 길바닥에 버리는 셈이다.

서울시소방본부 권요원 상황실장은 “화재는 초기진압이 중요하므로 신고정신을 탓할 수 없지만 허위장난신고는 결국 세금을 통해 시민부담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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