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주례금지」백지화되나…與당론 수렴키로

  • 입력 1998년 3월 15일 21시 42분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국회의원 등의 결혼식주례 금지’가 내부 반발로 백지화할 위기에 처했다.

양당은 12일 정치구조개혁위원회를 열어 지역구 국회의원과 입후보예정자, 지구당위원장이 결혼식 주례를 서는 것을 일절 금지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이 나오자마자 양당 소속의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결혼식주례마저 법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정서에서 볼때 무리한 발상이며 현실을 무시한 조치”라는 반론이다.

특히 13일 자민련 당무회의에서 이원범(李元範)의원은 “유신 때도,일제 때도 주례금지법은 없었다”고 반발했고 오용운(吳龍雲)의원도 “정치인이 주례도 못서면서 어떻게 표를 달라고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같은 내부반발 때문에 양당은 각기 당론 수렴절차를 거친 뒤 이번 주에 열리는 정치구조개혁위에서 이 문제를 다시 논의키로 했다.

정치인에게 결혼식주례는 선거구민들에게 얼굴을 알리고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효과적인 선거운동 수단이 돼온 것이 사실. 또 마땅히 주례를 부탁하기 힘든 지역구 서민들에 대한 ‘서비스’성격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식주례는 그만큼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의원들은 주말만 되면 하루에도 3,4차례의 주례를 서기 위해 ‘릴레이 경주’하듯 지역구를 순회하는 것이 다반사다. 이 때문에 의정활동이 소홀해지는 것은 물론 축의금부담도 적지 않았다.

양당의 정치구조개혁안 중 일반인의 관혼상제에 축의금이나 부의금을 기부하지 못하도록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관혼상제 기부행위 허용범위를 △민법상 친족 △지구당간부 및 유급사무직원 △함께 근무하는 상근직원에게만 한정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 주변에서는 곧바로 “과연 이런 개혁조치가 제대로 지켜지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 의원은 “앞으로 봉투에 ‘국회의원 보좌관 △△△’라고 표시, 보좌관 명의로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것 아니냐”며 벌써부터 ‘편법연구’에 몰두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같은 분분한 논란에 대해 정치구조개혁위 소속 국민회의 유선호(柳宣浩)의원은 “상식에 맡길 일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국민 대다수가 획기적인 정치개혁안을 원하고 있는 만큼 이런 과감한 조치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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