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차 수난시대…「매국노」 페인트칠에 욕설까지

  • 입력 1998년 3월 12일 06시 44분


IMF사태 이후 수입자동차가 수난을 겪고 있다.

11일 한국 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기자회견을 갖고 수입차에 무차별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훼손 행위를 공개했다.

수입차협회 최병권(崔秉權)회장은 “올들어 매달 평균 수입차 30∼40대가 고의로 파손당하고 있다”며 “수입차 소비자들을 상대로 가해지는 일부 한국민의 적대적 행동이 국가에 막대한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가 공개한 수입차 수난사례는 △유리창 백미러 안테나 파손 △못이나 열쇠로 차체면을 심하게 긁는 현상 △스프레이나 페인트로 차체에 낙서하기△타이어펑크내기 등 10여가지에 달한다.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는 일부 운전자들은 운전도중 다른 운전자들로부터 ‘매국노’‘지금이 때가 어느땐데 외제차를 모느냐’‘너같은 ××때문에 나라가 이모양이 됐다’는 등의 폭언을 듣기도 하며 심할 경우에는 계란으로 얻어맞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수입차업체의 한 임원은 지난달말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자신의미니밴뒷부분에 페인트로 ‘IMF’‘매국노’ 등이 큼지막하게 낙서돼 있고 전면 측면 뒷부분 유리창이 모두 깨어지는 피해를 당하기도 했다는 것.

수입차 업계는 이같은 극단적 행동이 통상마찰을 불러 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달에 열릴 한미자동차 협상에서 수입차 차별문제가 첨예한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외제차 수난과 배격행위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이는 결국 통상마찰을 야기, 국내업체들에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이같은 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희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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