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고교생 가족 표정]『죽은줄 알았는데 꿈만 같다』

  • 입력 1997년 11월 20일 20시 25분


78년8월 당시 고교생 신분으로 해수욕장에서 북한 공작원들에게 납치됐던 세 사람의 가족들은 생존소식에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가족들은 여태껏 실종신고만 해놓은 채 이들이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천안농고 3년생이었던 이명우(李明雨·36)씨 가족들은 『명우가 살아있다는 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우씨의 형 성우(成雨·51·충남 천안시 입장면 도림리)씨는 20일 오전 집으로 기자들이 찾아오자 낡은 앨범을 펴들며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명우씨가 납치되기 한달 전 교련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가리키며 『무척 따르던 동생이었는데…』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명우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실종 2년 뒤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어머니는 아들의 무사함을 비는 불공을 드리며 세월을 보내다 94년 사망했다. 성우씨는 『부모님은 돌아가실 때 눈을 제대로 감지못하셨다』며 『내가 고향을 지키고 있으니 동생이 무사히 돌아온다면 맨먼저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상고 3년생으로 납북된 홍건표(洪建杓·36)씨의 어머니 김순례(金順禮·65·충남 천안시 입장면)씨는 20일 아들이 살아있다는 소식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고 전했다. 어머니 김씨는 『이틀 전 안기부 직원이 아들의 소식을 알려줬다』며 『부모의 마음이야 목숨만 붙어있으면 되지 어디서 무얼하든 무슨 상관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씨는 78년8월 아들이 동네 친구 이명우씨 등과 홍도로 놀러가겠다며 집을 떠났으나 돌아오지않아 온가족이 목포와 홍도를 오가며 아들을 찾아헤맸다고 전했다. 김씨는 『아들이 살아있다는 점쟁이의 말이 옳았다』면서 『살아서 한번만이라도 만나보는 게 소원』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또 아버지 홍사운(洪思運·70)씨는 『적십자사를 통해 아들의 송환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군산기계공고 1년생이었던 김영남(金英男·36)씨의 어머니 최모씨(70·전북 전주시 덕진구 호성동)는 3년 전부터 전주의 딸(38)집에 살고 있다. 영남씨의 누나는 『4년전 안기부를 통해 영남이가 북한에서 결혼해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에게는 충격을 받을까봐 알리지 않았으며 어머니는 아직도 영남이가 물에 빠져 죽은 줄 알고 있다』고 전했다. 영남씨의 큰형(51)과 둘째형(49)은 실종 당시 가족들이 살던 집에 그대로 살고 있으며 아버지는 84년 지병으로 사망했다. 가족들은 영남씨가 78년 여름방학을 맞아 선배 및 친구 4명과 함께 선유도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동네 불량배에게 맞은 뒤 실종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전주〓김광오·이기진·지명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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