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대원외국어고 3학년 교무실.
입시담당 W교사(43)는 이 학교 두 여학생의 자필 「사퇴서」를 펼쳐 보였다.
「제가 그동안 해온 만큼의 정당한 결과를 얻고 싶기에 이번 기회를 포기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물론 추천입학제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고교 3년을 이 학교와 함께 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큰 축복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가 마땅히 저보다 더 나은 다른 친구들에게 주어져야 할 듯 싶습니다」(3학년 K양).
이 학교는 서울대 고교장추천입학 후보자를 선정해 남녀학생 1명씩을 지난달 30일 서울대에 추천했다.
후보자 선정규정은 서울대의 추천입학자 선정과정 만큼이나 까다로웠다. 내신성적 교내외활동 대외수상경력 등을 점수화해 1차 선발한 뒤 2차로 면접과 논술고사를 치르고 심사위원회의 최종 이의제기를 거쳤다.
그런데 지난달 20일 오전 2차 구술 및 논술시험을 치르기 직전이었다. 1차 선발된 12명의 학생 중 2명이 갑자기 후보사퇴 의사를 밝힌 것.
『처음에는 놀랐습니다. 서울대 입학을 그토록 원하는 학생들이 추천입학 후보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은 일 아닙니까』
W교사는 『남을 생각하는 학생들의 정신에 감동했다』며 또 다른 학생이 쓴 사퇴의 변(辯)을 소개했다.
「추천입학제의 공정성에 앞서 제가 12년간 준비한 입시이니 만큼 제 스스로의 노력에 대해 정당하게 평가받고 싶습니다. 비록 공개적인 과정을 거쳐 선발하는 공정한 제도라도 그런 제도의 도움없이 스스로 이뤄낼 때 자신에게 정말 떳떳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3학년 P양).
교무실에 있던 다른 교사는 『자신감에 차고 당당한 학생들의 모습 아닙니까』라며 대견해했다.
〈이승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