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는 시위와 환경파괴로 대학 캠퍼스를 떠난 새들을 불러들이는 캠페인을 벌이기로 하고 23일 교내 청송대(聽松臺)숲에서 학생 교직원 동문 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첫 행사를 갖는다.
시(詩)와 사색, 철학의 공간이던 대학캠퍼스에 새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 것은 80년대 중반 대학이 시대의 아픔과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자욱했던 최루가스, 학생수의 급격한 증가, 무분별한 건물신축 등으로 환경을 파괴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특히 「철새의 보고」였던 숲이 우거진 청송대가 있는 연세대는 87년 이한열군 사망사건 이후 「시위의 메카」로 부상, 지난해 한총련 사태 등을 겪으면서 최루가스의 발사소음과 독성으로 「참새와 까치」 외의 새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양하씨의 수필 「나무」 「신록예찬」 등의 모티브가 됐던 연세대 교정의 청송대와 윤동주시비 주변 숲은 특히 80년대초까지 울새 흰눈썹황금새 북방쇠찌르레기 뻐꾸기 촉새 흰배멧새 산솔새 노랑딱새 제비딱새 등 봄가을 철새들의 중간 휴식처였다. 딱새 박새 곤줄박이 오색딱따구리 청딱따구리 쇠딱따구리 등 텃새들도 수백년간 이 숲을 지켜왔다.
그러나 「박카스 4분의 1방울」에 취할 만큼 민감한 조류에게 최루가스와 계곡물 오염은 견디기 어려웠다. 나무줄기와 땅속깊이까지 스며든 최루가스는 식생과 먹이사슬을 파괴했고 오염된 물을 먹은 새들은 죽거나 다시는 찾아오지 않게 됐다.
연세대 국문과 정현기(鄭顯琦)교수는 『캠퍼스를 떠난 새를 부르는 일은 대학이 시대의 중병을 떨쳐버리고 학문과 진리탐구의 전당이자 자연과 생명의 공존을 도모하는 환경공동체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