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남미의 고3『봉사-취미활동 소중』

  • 입력 1997년 10월 20일 07시 47분


『어머니는 왜 저를 자꾸 구속만 하려고 하세요』 『얘야, 결혼생활이 생각처럼 쉬운 것이 아니야.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라』 『저는 더이상 어린애가 아니란 말이에요. 저도 사랑하는 여자와 꼭 결혼할 거예요』 『그 여자애가 그렇게 좋으면 그냥 사귀기만 하고 결혼은 안하면 될 것 아니냐. 이 엄마하고 오래 오래 같이 살자꾸나』 파라과이 아순시온의 코라손 마리아고교 3학년 연극반 학생 10여명. 기자가 학교수업이 끝난 뒤인 오후 3시경 취재를 갔을 때 이들은 강당에서 낯선 방문객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목청을 높이며 의견대립을 빚고 있는 아들과 어머니의 역할을 표현하느라 애쓰고 있었다. 이 연극은 파라과이의 유명한 소설가 마리오 핼리 모라의 작품 「엘 솔테론(총각들)」을 각색한 것으로 대사는 스페인어가 아니라 파라과이 원주민어인 과라니어로 되어 있다. 어머니의 과보호속에서 자란 청년이 한 여자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려고 하지만 결혼하지 말고 자신과 함께 계속 살자는 어머니와 갈등을 빚는 내용으로 돼 있다. 결국은 「마마보이」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줄거리. 이들 3학년 학생들은 내년에 대학에 진학해야 하지만 공부에 매달리기보다는 자신의 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과외 취미활동에 더 열심이다. 이 연극반은 올해 여름 「아순시온시 고교연극제」에서 이 작품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은 연기력을 인정받아 지방에서도 순회공연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 4, 5개 도시로 순회공연을 가기 위해 이날 마무리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 아들역을 맡은 카리나 카르멘 실바(17·여)는 『연극을 하면서 비록 의견이 다르긴 하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어머니들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며 『특히 공부에 얽매이기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학교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지도교사인 마리아 디노라 멘도사(55·여)는 『연극반원들은 연극뿐 아니라 학업성적도 좋은 편』이라며 『고교시절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링컨고교는 공부 외에 「창의 실행 봉사(CAS)활동」이 학생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중 하나다. CAS는 이 학교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집안의 자녀들이 다니는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자칫 소홀하기 쉬운 봉사와 협력의 정신을 키워주기 위한 것. 1년에 1백30시간 이상 CAS활동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채점을 통해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창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기록이다. 대학진학때는 이 부분을 더 눈여겨 보는 대학이 많다. CAS활동은 6, 7명이 한 조가 되어 활동계획 과정 결과 등을 지도교사에게 보고해야 하고 교사는 이들의 활동내용을 자세히 기록한다. 카롤리나 비아체티(17·여)는 친구들과 함께 고아원을 방문할 때 선물로 전달하기 위해 「메테골」이란 축구경기 놀이기구를 만들고 있었다. 막대를 손으로 움직여 축구공을 골대에 넣는 기구다. 나무로 판을 짠 뒤 페인트칠을 하는 등 만드는데 일주일은 걸린다고 한다. 교사 실비아 피아지(51·여)는 『놀이기구를 직접 만들어 선물로 주는 것도 의미있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협력하는 자세를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순시온·부에노스아이레스〓이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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