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대성동 마을 주민 납치사건이 발생한 이후 경기 파주시 군내면 대성동의 한미연합사 소속 민정반 소대는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영농작업을 하던 51가구 2백여명의 주민을 귀가 조치하고 집밖 출입을 통제했다. 한미연합사는 대성동 마을과 남방한계선으로 이어지는 1번국도도 출입을 통제했는데 민정반의 한 군인은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주민들을 철수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납치된 홍승순씨(68)의 남편 김근수(金槿洙·68·농업)씨는 이날 오전에 집을 나왔다가 뒤늦게 소식을 듣고 『떨려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며 마을로 돌아갔다고 인근 주민들이 전했다. 대성동 조산리 이장을 지낸적이 있는 김씨는 아들 셋을 두고 있고 대성동에는 장남 내외와 손녀 3명 등 모두 7명이 3만여평의 땅에 농사를 짓고 있다.
어머니 홍씨와 함께 납치된 김용복씨(37)는 전문대를 졸업하고 경기 부천시에서 결혼한 뒤 택시운전을 하고 있으며 며칠 전 추수일을 돕기 위해 부인과 자녀를 데리고 대성동 마을에 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방 한계선 부근이 한눈에 들어오는 군내면 해발 1백67m에 위치한 도라전망대에서 바라본 대성동 마을은 평소와 다름없이 고요한 모습. 이날 오후 대성동 마을에서 4㎞ 떨어진 도라전망대를 찾은 안양예고 학생 등 1천2백여명의 관광객은 긴장된 표정으로 피랍사건이 발생한 북녘땅을 관측. 그러나 평소 개성 외곽까지 관측이 가능했으나 이날은 날씨가 흐려 대성동 마을에 걸려 있는 태극기와 1.8㎞떨어진 북방한계선 부근의 북한 기정동 마을에 휘날리고 있는 대형 인공기만이 눈에 들어왔다. 5967부대의 한 정보장교는 『평소에 크게 들리던 대남방송이 피랍사건이 발생한 이날은 오히려 잠잠했다』고 말했다.
○…대성동 마을 인근의 통일촌 주민 김동아(金東我·67·농업)씨는 『과거에는 북측에서 내려와 이장을 붙들어 가는 사고도 발생했지만 최근엔 그런 일이 없었다』며 『북한은 항상 경계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판문점〓이 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