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귀순형제 생활]형은 『주경야독』… 동생은 강도

  • 입력 1997년 10월 6일 08시 11분


배고픔을 못이겨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온 형제였지만 「자유의 땅」에서의 삶의 방식은 각기 달랐다. 오토바이 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여관에 들어가 강도짓을 하다 5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붙잡힌 귀순자 황광일(黃光日)씨. 함북 회령 출신인 그는 93년 6월 『자유를 찾아가자』는 형(24)을 따라 두만강을 헤엄쳐 건넜다. 중국 옌지(延吉)에서 귀순 기회를 엿보던 형제는 94년 5월 밀항선을 타고 인천으로 입국, 마침내 「자유의 땅」을 밟았다. 정부에서 준 정착금을 쪼개 17평짜리 영구임대주택을 마련하고 직장도 구하는 등 남한생활에 적응하려 애쓴 형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귀순 직후 모그룹에 취직한 그는 오전5시반에 일어나 고된 일과를 마치면 밤 늦게까지 S대 야간학부에 다니며 주경야독(晝耕夜讀)에 힘썼다.그러나 동생 광일씨는 귀순 직후부터 형과는 반대의 길을 걸었다. 정부에서 소개해준 직장도 마다하고 주유소 등을 전전한 것. 오토바이에 미쳐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스피드를 즐기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광일씨는 경찰에서 조사받는 동안 『남한도 싫고 북한도 싫다』고 말하는 등 불만에 가득찬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형 이야기가 나오자 잠시 후회하는 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형이 나쁜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지 말라고 자꾸 참견해 사이가 안좋아지긴 했지만… 어쨌든 형은 이번 일과 아무 상관 없습니다. 형에게 미안할 뿐입니다』 〈금동근·이명건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