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하의원 그리다 떠난 母情…49일동안 식음전폐

  • 입력 1997년 9월 26일 07시 46분


8월 대한항공기 괌추락사고로 숨진 국민회의 신기하(辛基夏)의원의 어머니 이묘현(李妙賢·93)여사가 사고발생 49일만인 24일 오후 6시50분 광주 남구 월산1동 305 자택에서 별세했다. 이씨는 신의원 부부의 사고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하며 아들을 그리워해왔다고 가족들이 말했다. 신의원이 숨지기 전만 해도 옷을 직접 빨아 입을 정도로 건강했던 이씨는 사고 이튿날 TV로 아들부부의 사고소식을 알고부터 넋을 잃고 말았다. 당시 가족들은 어머니의 충격을 우려해 사고소식을 알리지 않았으나 이씨는 방안에 있던 TV로 아들이 참변을 당한 것을 알았다. 이후 이씨는 『아들을 찾지 못한 내가 어떻게 음식을 먹고 살겠느냐』며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한동안 『기하야, 네가 보고 싶다』라며 주먹으로 가슴을 치거나 손으로 방바닥을 내리쳐 손바닥이 터지기도 했다. 그러다 신의원이 지구당원 19명과 함께 변을 당한 사실을 확인한 이씨는 『살아돌아 오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 저 혼자 살아났다면 무슨 면목이 서겠는가』라며 겉으로는 더이상 비통함을 드러내지 않는 인고(忍苦)의 나날을 보냈다. 큰 아들 신대규(辛大圭·70)씨는 『어머님은 사고소식을 들은 이후 곡기를 완전히 끊으셨다』면서 『서울에서 손자들이 내려와 음식 들기를 권해도 물만 마실 뿐이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바깥 하늘을 바라보며 『기하야, 난 어떡하란 말이냐』를 되뇌며 아들을 그리워하다 결국 먼저간 아들을 따라 저세상으로 떠났다. 〈광주〓정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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